[존 리와 함께하는 주식투자] 자녀를 박스에서 꺼내라

입력 2017-03-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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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면 50% 이상이 쓸모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교 수업 이외에 스스로 경험하며 배우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졸업하기 전에 저마다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학교와 공유해 주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지인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갔을 때, 그 학교 총장이 했던 연설의 일부분이다. 학교를 대표하는 사람임에도 학교 교육의 틀에 얽매이지 말라고 당부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맞는 말이다. ‘경험’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자녀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는가? 어느 동네를 가든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다. 햇살 좋은 오후, 학교가 끝나 떠들썩할 시간인데 놀이터도, 골목도 조용하기만 하다. 그 시간에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학원이다. 심지어 초등학생이 아침 7시에 집을 나가면 밤 12시가 넘어서야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한다는 기사도 봤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콘크리트 건물 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 몸이 갇히면 생각도 갇히기 마련이다. 피곤에 지칠 대로 지친 이 아이들에게는 주변에 관심을 둘 여유도, 호기심을 가질 틈도 없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회가 과연 행복한 사회일까? 그 아이들은 어디에서 행복을 배울까?

우리 사회는 어린 시절에 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포기한 채 공부만 하는 학생들을 칭찬한다. 수능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은 대대적인 보도가 나온다. 어느 지역 어느 학교 출신이며, 공부 방식은 어떠했다는 등 모든 언론이 호들갑이다.

수능과 비슷한 시험으로 미국에는 SAT가 있다. 그런데 그 시험에 만점을 받은 학생이 있다고 해서 언론이 대서특필(大書特筆)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SAT만 만점을 받았다면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경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한 사람의 경쟁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참고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수능 만점의 경력만 가지고는 결코 뛰어난 인재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인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 인재로 키우려면 끊임없이 남과 다른 생각을 하도록 연습시켜야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천성적으로 무엇이든 궁금해하고 신기해하며 직접 해보려는 욕구에 가득 차 있다. 종일 지치지도 않고 질문을 해대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자석에 이끌리듯 다가가 만져보고 이내 장난감으로 삼는다.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체력을 다지고 함께하는 방법을 배우며, 아이다운 엉뚱함에 지식이 더해지면서 창의성이 계발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박스에 가둬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반에서 1등을 하기 위해 하는 공부,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하는 공부는 아이에게 즐거움이 되지 못한다. 아이들을 획일화(劃一化)하는 주입식 교육을 멈추고 저마다의 특성과 강점을 발견하고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격려하며, 엉뚱함을 응원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학교 성적이 아니라 자녀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멀리 보는 안목임을 명심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어른으로 자라게 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해야 한다. 또 의문을 던지게 해야 한다. 공부에 돈과 열정을 쏟는 대신 많은 책을 읽게 하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성공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함으로써 남과 다른 생각을 하도록 말이다.

자녀를 박스에서 꺼내자. 우리 아이들은 더 창의적이고 즐거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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