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후보는) 정책을 얘기할 때 보면 신이 나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캠프에서 정책을 총괄하는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 후보의 강점을 설명하면서 덩달아 신이 나 있었다. 이 교수는 유 후보의 한국개발연구원(KDI) 후배다. 또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 경기 성남시분당구갑)을 지낸 정치 후배다. 유 후보와 ‘정책 두뇌’를 공유하고 있는 이 교수를 통해 유 후보의 정책을 엿봤다.
이 교수는 21일 유 후보의 캠프 본부가 위치한 여의도 산정빌딩 근처 한 식당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를 가지며 유 후보 공약의 ‘디테일’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유 후보가 얘기하면 디테일하다. 그냥 자세한 게 아니라 ‘나도 저런 적 있었는데’ 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후보 정책의 바탕에는 ‘소신’이 깔려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자기 소신이 확실하게 없으면 바로 흔들린다”며 “이렇게 하면 재벌과 관료들이 갖고 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자신의 확신과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방식에 대한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그게 유 후보가 다른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 첫 번째 ‘확신’으로, 규제 개혁과 혁신 창업을 들었다. 그는 “혁신은 규제가 가해지면 살아날 수 없다”면서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고 특히 새로운 산업에 대해선 나중에 규제를 가하더라도 처음에는 규제 없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 창업에 대해선 “이제 생산성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혁신은 재벌에 기댈 수 없다”며 “그래서 청년들의 혁신 창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유 교수는 “실패해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융자가 아닌 투자가 돼야 한다”며 창업지원 공약을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공약은 세금으로 이뤄진다. 유 후보의 ‘중(中)복지·중(中)부담’ 정책 역시 많은 재원이 든다. 이 교수는 “중복지를 얘기하고 중부담을 말하겠다”며 “유 후보가 생각하는 정부는 ‘조직은 작게, 예산은 크게’이다, 재정을 더 쓰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재원조달 방안에 설명하면서 “(정책 실행을 위해선)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며 “현재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6%이고 한국은 18%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건 22% 정도로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독일과 네덜란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조세 인상안에 대해선 “법인세, 재산세, 소득세 등 모든 세목에서 중부담으로 가야 하고 부가세는 역진제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제일 마지막에 (올리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배와 성장 가운데 뭐가 우선이냐’는 질문에 “분배를 잘하는 건 필요하지만 성장은 일자리의 충분조건은 아닌 필요조건”이라며 “일자리가 많이 날 수 있는 성장 전략이어야 하고 성장률 자체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발표할 정책이 많이 남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주거, 중소기업, 농업, 교육 관련 공약과 경제 위기 관련 ‘4월 위기설’ 대책 등을 내어 놓겠다”며 “당선되면 바로 경제와 안보 위기를 잡는,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 공약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우리 것 잘 만든다고 바빠 죽겠다”며 여유 아닌 여유를 보였다.
이 교수는 “유 후보가 존경스러운 건 자기 관리”라며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기에 떳떳하고 소신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울 것이 없고 걸릴 게 없다는 것은 정말 큰 강점이고 제일 무서운 점”이라고 유 후보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