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가 4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화 가치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감세 정책 등이 지지부진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인덱스는 11월 11일 이후 최저치인 90.10을 기록했다.
반면 유로화 가치는 상승했다. 지난 20일 프랑스 대선 주자들의 첫 TV토론에서 무소속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활약한 게 유로화 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토론에서 마크롱은 자신의 강점인 어린 나이를 무기로 패기 있는 토론을 이끌며 여론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반대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의 당선 가능성은 줄었다. 극우 정치인 르펜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줄자 시장에서 투심이 회복됐고 유로화 가치는 지난 2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공약한 감세와 인프라 투자 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도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트럼프의 도청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정쟁이 이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후순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종전의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러나 연준은 기대했던 매파적 태도 대신 비둘파에 가까운 태도로 올해 두 차례 금리 인상이 남았음을 시사했다. 네 차례 인상까지 기대했던 시장은 생각보다 금리 인상 속도가 후퇴하자 연준에 실망감을 표했다. 연준이 미국 경제가 회복되었다는 신호로 금리를 올렸음에도 달러 가치가 하락한 이유다.
TD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 노트에서 투자자들이 최근 달러화 약세를 달러화 매수의 기회로 봐야 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메릴린치(BoAML)의 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의 32%는 현재 달러화가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