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Eye] 글로벌 증시, 파티가 끝나간다

입력 2017-03-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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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공약에 취해있던 시장이 현실에 눈을 뜬 것일까.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줄곧 랠리를 이어온 미국 증시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닥터둠들의 예언이 적중하는 듯하다. 문제는 다시 ‘정치’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는 ‘트럼프 리스크’가 지배적이었다. 뉴욕증시는 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4%, S&P500지수는 1.24%, 나스닥지수는 1.83% 각각 급락했다. 다우와 나스닥지수 하락폭은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컸다. S&P500지수는 지난해 10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1% 이상 떨어졌다.

▲21일(현지시간) 다우지수 추이. WSJ
▲21일(현지시간) 다우지수 추이. WSJ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며 심리적 지지선을 위협했다. 뉴욕 시간 오후 5시 시점에, 주요 10개 통화에 대한 달러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 스팟 지수는 전일 대비 0.3% 하락했다. 한때는 0.4% 하락하며 200일 이동 평균에 근접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는 강세였다. 증시가 대폭 하락하면서 도피처를 찾는 자금이 미국 국채로 흘러든 까닭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약 4베이시스 포인트(bp, 1bp=0.01 %) 내려 2.42%였다. 10년물 수익률은 2월 이후 처음으로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건 트럼프의 세제 개혁과 규제 완화의 향방이 불확실해진 탓이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안인 오바마케어를 폐기ㆍ대체하는 이른바 ‘트럼프케어’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됐다. 하원은 23일 트럼프케어 표결을 앞두고 있는데 29표를 쥐고 있는 여당인 공화당 내 강경파 그룹이 법안을 더욱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원에서 통과되려면 공화당 내 반란표가 21표를 넘지 않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만나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의원들이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은 트럼프케어를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케어가 통과되지 못하면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등 트럼프의 다른 친성장 정책들이 줄줄이 좌초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라이언 수석 경제 자문은 “금융주와 제조업주가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건 트럼프의 성장 지원책 발표가 곧바로 정책 실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대해 투자자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테미스 트레이딩의 마크 케프너 이사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일부에서 기대했던 것 만큼 매파 쪽으로 기울지 않았던 것도 은행주가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라며 “기업 실적과 FOMC, 고용통계 등 온갖 지표가 다 나온만큼 시장은 의회의 움직임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케어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세제 개혁에 착수하지 못하고, 시장이 기대했던 개혁이 보류되는 만큼 주가가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이날 시장 반응은 그동안 계속 이어져온 닥터둠들의 경고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견한 미국의 투자전략가 마크 파버는 지난달 말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에 대규모 투매가 조용히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그는 “지금 주식시장은 너무 과장돼 있다. 시장은 하락세를 보일 것이고 그러면 대규모 매도세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 비관주의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시장의 낙관주의가 너무 지나치다”며 “이는 재앙으로 바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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