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 이야기] 돈이 잘 돌게 하려면?

입력 2017-03-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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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돈은 쌓여만 있으면 어떠한 가치도 발휘하지 못한다. 어떤 식으로든 소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가계는 소비를 꺼리고 있고, 은행은 담보가 아니면 대출을 꺼리고 있으며, 기업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현금을 기업 내부에 그냥 쌓아두고 있다. 그 결과 단기 부동자금이 최근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 또한 중소기업 및 실물경제로 흐르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이나 증시로 유입되어 투기 자본화되거나 가계의 부채를 증가시키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우리 경제의 미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기업은 여유자금이 생기면 고용창출이나 신사업과 연구개발 등을 위한 투자에 힘써야 한다.

우리 정부는 시중에 돈이 잘 굴러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기업이 돈을 투자나 배당 등을 통해 풀지 않고 내부에 축적해두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2015년부터 운용 중에 있다. 바로 근로소득증대 세제, 배당소득증대 세제, 기업소득환류 세제 등 3대 패키지 시책이다. 이 중 근로소득증대 세제와 배당소득증대 세제는 일종의 당근이고, 기업소득환류 세제는 채찍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우선, ‘근로소득증대 세제’는 임금이 증가한 기업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이다. 즉 모든 기업은 당해 연도 임금증가분이 직전 3년 평균임금 증가율을 초과하는 경우, 그 금액의 5~1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다만, 임원과 고액연봉자의 봉급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배당소득증대 세제'는 배당을 많이 한 기업에 대해서는 소액주주의 배당수익은 물론이고 대주주까지도 할인된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에 비해 ‘기업소득환류 세제’란 대기업이 이익금을 사용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기만 할 경우 과세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투자와 배당, 임금 증가 등이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 이하인 경우 미달액에 대해 10%의 법인세를 추가로 매기는 제도를 뜻한다. 이의 적용대상 기업은 자기자본 500억 원 이상 법인 또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이다.

물론 이러한 세제를 통한 자금지출 유인책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 투자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나가는 것이 더 근원적인 시책이라 하겠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는 과도한 건축규제 등으로 관광호텔 신· 증축이 무산되거나 외국인 투자유치가 어렵게 되는 경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이 연구개발투자나 인적자원의 능력향상을 위해 자금지출을 늘리도록 하는 유인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썩게 되고 고약한 냄새가 나게 된다. 같은 이치로 돈이 돌지 않고 한 곳에 묶여 있으면 경제의 움직임이 멈추고 이게 심해지면 경제 전체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게 될 것이다. 만약 돈이 유통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는 휴지조각이나 쇳덩어리에 불과할 것이다. 무인도에 갇힌 사람에게 수십 억 원이 들어있는 돈 가방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것은 빵 한 조각이나 물 한 병의 가치만도 못할 것이다. 역시 돈이란 돌아야 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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