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근로시간 단축시 업종별 특성 고려해야"

입력 2017-03-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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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이 미치는 영향이 산업별로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근로시간 단축 정책 수립 시 사업장 규모만이 아닌 산업별 업종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 23일 '근로시간단축의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국회는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산업에 따라 근로시간 형태에 큰 차이가 있고 근로시간 단축이 미치는 영향도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규모에 의존하기 보다는 산업특성을 고려한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이 2015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근로시간 단축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산업 중 부동산 및 임대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 부동산 및 임대업의 경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월 평균 29.7시간의 초과근로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 것.

또 숙박 및 음식점업은 월 평균 20.9시간, 광업 20.9시간, 도소매 15.6시간의 초과근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육 서비스업, 금융 및 보험업,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등 현재도 근로시간이 길지 않은 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우광호 한경연 노동TF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및 임대업의 경우 초과근로시간이 많아 장시간근로를 하는 것이 아닌 소정근로시간의 장시간화가 굳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숙박 및 음식점업은 월평균 근로시간은 길지 않지만 특정 근로자가 많은 시간 일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산업별로 근로시간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도 상이할 수 있다”며 “주로 영세자영업자들이 근로자를 고용해 소규모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부동산 및 임대업,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즉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근로시간 단축의 본래 취지와 다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 연구위원은 또한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재 논의 중인 개선안에서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실시하려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별로 상이한 근로시간 현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자칫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근로시간 단축 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족한 근로시간이 모두 고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과 다소 괴리되어 있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경연은 현행 근로시간 단축안에 담긴 적용 유예기간도 선진국보다 지나치게 짧다고 강조했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안에서는 적용 유예기간을 2년(300인 이상 기업) 혹은 4년(300인 이하 기업)으로 논의하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10년 이상의 긴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해온 것과 비교할 때 너무 짧은 기간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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