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블록체인이 가속화하는 디지털 경제

입력 2017-03-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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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최근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우리의 일상생활을 파고들고 있다. 비트코인은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매우 독특한 화폐이다. 종전의 보고 만질 수 있는 실물화폐랑은 완전히 다른, 컴퓨터 망에서만 존재하는 가상화폐라는 점이 그렇고 또한 이 화폐를 발행한 주체가 ‘나카모토 사토시(中本哲史)’라는 익명의 개인이란 점이 또한 그러하며 국경의 제한 없이 어디서건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는 전 세계적 화폐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2009년에 처음 선보인 비트코인에 대해 호주 출신 크레이그 라이트라는 사람이 지난해 자신이 개발자라고 밝혔지만 신빙성이 부족해 개발자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의 개발자보다 비트코인에 사용된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DLT)인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이 더 주목받고 있다.

먼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금융시스템을 한번 살펴보자.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면 그 거래 은행은 개인에 대한 필요 정보를 모두 수록한 소위 ‘원장(元帳: Ledger)’이라는 정보를 기록하게 된다. 이 원장에는 우리 개인의 필요 정보와 계좌번호, 돈이 얼마만큼 계좌에 들어 있는지 등의 모든 정보가 수록된다.

만일 이 원장 정보가 해킹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생각하기에도 끔찍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의 모든 금융시스템은 원장 정보를 모두 중앙시스템 한곳에 모은 뒤 몇 겹의 방화벽을 겹겹이 세워서 해킹에 대비한다. 이러한 시도는 역설적으로 해커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격할 목표를 한곳에 집중시켜 공격하기 더 좋게 만드는 역설을 가져온다. 이러한 골치 아픈 문제는 우리 개개인은 인지하지 못한 채, 사실상 끊임없이 해커들의 공격과 이를 방어하는 금융권의 창과 방패 간에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그런데 어느 날 비트코인이라는 괴상한 화폐가 떡하니 등장한 것이다. 이 화폐는 컴퓨터상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훨씬 해킹에 취약해야 한다. 하지만 이 비트코인을 창조해낸 천재는 완전히 역발상적 방법으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그 원리는 사실 매우 간단한데, 그것은 원장 정보를 완전히 공개해버리는 것이다. 즉 비트코인을 거래하게 되면 그 거래 정보는 전 세계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모든 컴퓨터망에 동시에 기록된다. 이것이 바로 ‘분산원장’이라 불리는 기술로, 전 세계의 수천만 대 컴퓨터를, 그것도 특정 시점에 동시에 해킹하지 않는 한 해킹을 통한 정보 조작이 불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로, 최근에는 이 블록체인 기술이 제2의 인터넷이 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그러면 이 블록체인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 우리가 매일 생활함에 따른 모든 정보들, 예컨대 부동산 등기부나 금융계좌 정보, 보험 등 모든 금융정보, 그리고 의료 기록 및 졸업증명서 등 모든 증명서를 이 블록체인에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블록체인에 올려버리면 지금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조작할 수 없게 관리가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예컨대 선거도 이러한 블록체인을 이용한 투표를 하게 되면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가운데 투표가 종료됨과 동시에 결과를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소위 ‘디지털화된 경제’를 점차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실물 경제와는 완전히 다른, 국경도 없고 실체도 없는 세상이다. 문제는 생활방식이나 거기에서 파생되는 규범, 법률 모두가 실물 경제에 맞춰져 있는 가운데 우리는 이 디지털 경제라는 엄청난 변화를 너무도 빨리 겪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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