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내 일부 하원의원들의 반발로 표류 중인 새 건강보험개혁법안, 이른바 ‘트럼프케어’와 관련해 최후통첩을 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24일(현지시간) 본회의 표결에서 트럼프케어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오바마케어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의 최후통첩은 자신의 정당인 공화당과 충돌하는 무대를 스스로 마련한 셈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것은 트럼프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다. 그러나 전날 표결이 무산된 가운데 이날 표결에서 새 법안이 부결되면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나머지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이행 능력에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공화당의 분열상이 더욱 부각되게 된다.
전날 트럼프는 트럼프케어 통과를 위해 완강하게 이를 거부하는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은 물론 온건파 의원들까지 두루 접촉하며 설득에 나섰다. 이어 같은 날 밤 트럼프 측근인 믹 멀배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대통령은 협상을 마쳤으며 내일 표결에 들어가기를 원한다”며 “이 투표 이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비타협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는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재앙적인 오바마케어는 국민을 비용상승과 더 적은 옵션으로 이끌 것”이라며 “이는 계속 나빠질 뿐이다. 우리는 폐지하고 대체해야 한다.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트위터 트윗을 남겼다.
프리덤 코커스는 전날 공화당 지도부와의 어려운 대화 끝에 결국 협상을 타결짓지 못했다며 법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서명 7주년이었던 전날 새 법안을 통과시키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백악관은 “우리는 새벽 3시에 의원들이 투표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 표결이 지연됐다”며 “이날 오전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지도자들은 강경파를 끌어안고자 지난 48시간 동안 트럼프케어에서도 많은 점을 변화시켰다. 개정안은 주 정부에 필수적인 의료보험 혜택을 정하는 데 더 많은 권한을 주도록 했다. 다만 이렇게 되면 보험보상 범위가 줄어드는 것을 막았던 중도 성향 의원들이 돌아설 수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표결 연기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인을 포기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첫 번째 입법 시도는 자신의 당에 의해 저지됐다. 이는 미국 국민이 서서 멈춰야 한다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케어로 인해 수백 만의 사람이 보험 혜택을 잃고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최후통첩이 먹힐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닐 브래들리 미국 상공회의소 정책국장은 “최후까지 진통을 겪으면서 일의 진행이 연기되는 것은 미국 정치에는 흔한 일”이라며 “미국 정치인들은 숙제를 일찍 시작하고 나서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끝내는 습관이 있다”며 트럼프케어 통과를 낙관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이번 투표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래리 새바토 버지니아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서 커다란 입법과정에 직면했다. 그의 당이 상ㆍ하원을 장악했음에도 순탄치 않았다”며 “이는 대통령 입장에서 전혀 좋은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공화당 지지자로 유명한 억만장자 코크 형제는 트럼프 케어에 반대하면서 트럼프와 당 지도부를 무시한 의원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퀴니팩대학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6%는 오바마케어 대체에 반대했다. 찬성은 17%에 그쳤으며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26%였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당의 계획을 찬성하는 사람은 41%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