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WP·NYT에 특종을 줬다…플랜B는 무엇

입력 2017-03-27 09:16 수정 2017-03-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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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건강보험제도 개혁법, 이른 바 ‘오바마케어(ACA)’ 대체 법안인 ‘트럼프케어(AHCA)’가 공화당 내 반발로 좌초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다. 트럼프는 이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오바마 전 행정부의 또다른 치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조만간 폐기하는 등 오바마 유산 지우기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트럼프케어 표결 철회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1분 트럼프는 WP 기자 로버트 코스타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방금 철회했다”라고 트럼프케어 하원 표결 철회 사실을 밝혔다. 공화당 내 단독 처리가 어려워져 철회를 결정한 것이지만 트럼프는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공화당의 표 대부분은 얻었지만 민주당의 표는 거의 얻지 못했다”며 “아니, 제로”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 매기 해버먼 기자에게도 오후 3시 52분께 전화를 걸어 트럼프케어 표결 철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약 한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케어 표결 철회를 정식 발표했다. WP와 NYT로서는 트럼프로부터 직접 특종을 전해들은 셈이었다.

트럼프케어 통과가 좌절된 이유는 공화당 내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는 트럼프케어가 오바마케어와 무늬만 다르고 실상 내용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끝내 이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이어 트럼프케어까지 난항을 겪자 트럼프의 공약이 줄줄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세제개혁안의 의회 처리가 난항을 겪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케어 자진 철회 후 기자회견에서 “세제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도 “세제 개혁안은 트럼프케어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며 “매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하는 플랜 B인 세제 개혁안을 둘러싼 이견도 트럼프케어만큼이나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제 개혁안에 3가지 난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감세 정책으로 국가 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트럼프와 므누신 장관은 중산층 감세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지만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은 경제 성장을 위해 대기업 감세에 집중할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수출품에는 면세 혜택을 주는 ‘국경조정세’다. 라이언 의장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만 상원 공화당에서는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교역국들도 국경조정세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공화당의 한 상원 의원 보좌관은 “트럼프케어보다 세금 개혁안이 더 쉽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바마케어에 대한 토론은 7년간 계속됐고, 공화당의 75%가 오바마케어 폐지에 동의했다”며 “그런데도 통과하지 못했는데 세제 개혁안은 현재 기초적인 의문점들에 대한 대답이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에게 남은 과제는 공화당 내 강경파를 설득하거나 민주당과 손을 잡는 것 둘 중 하나다. 공화당 내 충분한 합의가 부재하면 제2의 트럼프케어가 재발할 수 있다. 여당을 설득하는 게 어렵다면 야당인 민주당으로 몸을 돌려야 한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거래의 기술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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