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이 26일(현지시간) 치러진 자를란트 주의회 선거에서 사회민주당에 대승을 거두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올해 총선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사민당의 마르틴 슐츠 당수 열풍을 잠재울지 주목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주의회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기민당과 사민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선거 후 나온 잠정집계 결과에 따르면 메르켈의 기민당은 40.7%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2년 선거 당시의 35.2%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반면 사민당은 슐츠가 적극적인 선거지원활동을 펼쳤음에도 오히려 득표율이 5년 전의 30.4%에서 29.6%로 낮아졌다.
전체 투표율은 지난 선거 당시의 62%에서 약 70%로 높아져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민당과 사민당이 치열한 접전을 펼친 가운데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자를란트는 인구가 100만 명으로, 8200만 독일 인구를 감안하면 매우 작은 주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베를린 정가에 충격을 안겨줬다고 FT는 전했다. 사민당은 지난 1월 당수에 오른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총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또 메르켈의 장기 집권에 따른 국민의 피로감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가능성도 높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사민당의 약진 속에 위기감을 느낀 우파 유권자들이 결집하고 있음을 이번 자를란트 주의회 선거가 시사했다.
욘 준 트리어대학 정치학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마르틴 슐츠 열풍이 단지 여론조사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며 “기민당은 슐츠에 대한 느슨한 접근법이 유효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민당 소속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주 총리의 높은 인기가 이번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메르켈이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는 현 직책을 유지하는 한편 사민당과의 연계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