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CU, 편의점 1위 사업자의 차디찬 ‘외면’

입력 2017-03-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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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경북 경산의 CU 편의점에서 50대 조선족 남성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남성은 숙취해소 음료를 사려다가 아르바이트 직원이 봉투 값 20원을 달라고 하자 시비가 붙었고, 이후 자신의 원룸에서 흉기를 가져와 직원을 무참히 살해했다. 앞길 창창한 30대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100여 일이 지난 최근, 유족들과 알바노조가 분노하고 있다. CU 편의점 본사인 BGF리테일이 사과를 비롯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는커녕 가맹점주 수준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이다. 이들은 지난 23일 BGF리테일 본사를 찾았으나, 회사 관계자와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사건 이후 CU 본사는 유가족에게 단 한 차례도 연락은 물론 공식적인 유감 표명조차 없었다고 한다.

사실 이 같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의 안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알바노조가 전·현직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손님에게서 폭언·폭행을 경험한 이들은 67.9%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폭언(59.0%)이 가장 많았고, 폭행과 폭언 둘 다 겪었다는 응답은 6.3%, 폭행만 당했다는 응답은 2.7%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 직원은 20%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한다.

근무 시간대별로는 야간에 폭언·폭행 피해가 컸다. 야간 근무자는 폭행 경험률(12.4%)이 주간 근무자(6.2%)보다 두 배 높았다. 경산 CU 편의점에서 발생한 사고가 단순히 우발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취약한 안전 환경 탓에 일부 예견된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기에 있다.

일례로 편의점 범죄는 2014년 6600여 건에서 2015년에는 1만1000여 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폭력과 강력범죄가 3500여 건으로 30%가 넘었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이처럼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편의점 BGF리테일, GS리테일, 세븐일레븐과 같은 가맹본부(본사)는 노동자의 안전에 관심이 없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관리·채용은 개별 가맹점주의 몫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데다, 불필요한 지출은 최소화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상벨 시스템(풋벨)이라는 것이 있다. 계산대 밑에 설치된 비상벨을 수 초간 발로 밟으면 즉시 112 종합상황실로 신고가 들어가고 경찰이 출동한다. 가맹본부 차원에서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을 지원하거나 가맹점 모집 요건에 시스템 설치를 필수 조건으로 넣었다면 어땠을까. 또 가맹본부 차원에서 창문의 각종 홍보물 부착을 제한해 편의점 내부가 잘 보이도록 외부의 감시 효과를 키워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1989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편의점은 생계형 창업 등으로 이제 3만 개점으로 늘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업체들은 경기 불황에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편의점은 승승장구(乘勝長驅)하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빅3가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4800억여 원에 달한다. 이익 창출도 좋지만, 이제는 편의점 노동자들의 안전 환경 개선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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