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거대한 트렌드 2개를 적중시켜 쏠쏠한 이익을 올렸던 펀드매니저가 최근 세 번째 예언을 내놓았다.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츠아시아의 엘리자베스 쑨 펀드매니저는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이 부문의 핵심 부품 공급업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엘리자베스 쑨이 운용하는 ‘파인브리지 일본 제외 아시아 스몰캡 주식펀드(The PineBridge Asia ex Japan Small Cap Equity Fund)’는 규모가 1억5200만 달러(약 1693억 원)로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경쟁 펀드를 압도하는 투자수익률을 자랑한다. 이 펀드는 올 들어 지금까지 13% 투자수익률을 올려 블룸버그가 집계한 100여 개 펀드 중 97%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다. 또 지난 5년간 수익률은 비슷한 펀드 중 상위 10% 안에 들었다.
이런 높은 수익률의 배경에는 거대한 산업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는 쑨 펀드매니저의 통찰력이 있다. 그의 첫 번째 예측은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너무 비쌌던 제품 가격이 낮아져 궁극적으로 모든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갖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는 수년 후 여행객들이 관광지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사진을 찍는 장면을 목격하고 디지털 카메라의 시대가 쇠퇴할 것이라는 두 번째 예측을 내놓았다.
이런 예측에 맞춰 쑨과 그의 팀은 지난 2007년 말 중국 선전 소재 모바일 부품업체 ACC테크놀로지홀딩스에 투자했다. 이후 ACC 주가는 지금까지 약 9배 올랐다. 펀드는 또 대만 광학렌즈업체 라르간정밀 주식을 지난해 6월 사들였는데 라르간도 그 때 이후 지금까지 60% 이상 올랐다.
이제 엘리자베스 쑨의 관심은 자율주행차에 맞춰져 있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우리가 생각하는 새 트렌드”라며 “특히 부품 분야에 관심이 크다. 이 부문은 매우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오는 2025년에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420억 달러에 이르고 2035년에는 전 세계 신차 판매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드자동차는 앞으로 5년 안에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누비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쑨은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한 산업이 발전하기까지 15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장기적 관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엘리자베스 쑨의 펀드는 최근 미국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중국 광저우오토모빌그룹(GAC)에 투자했다. GAC는 지난 1월 실리콘밸리에 첨단 연구ㆍ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GAC는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 첨단 기술에 R&D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GAC 주가는 지난 15일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쑨은 “우리는 3~5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중시한다”며 “비약적인 성장이 일어나려면 비상한 경영능력이 필요하며 이런 회사는 많지 않다. 대신 우리는 좋은 경영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