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대웅과의 만남'..한올바이오파마의 끝나지 않은 도전

입력 2017-03-2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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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바이오베타 R&D 투자강화에도 성과 미미..대웅제약 인수 이후 바이오신약 개발로 반전 모색

국내 제약업계에서 한올바이오파마는 다소 ‘흥미로운’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973년 설립된 한올바이오파마는 연 매출 1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중견제약사이지만 2000년대 들어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으며 왕성한 투자를 진행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바이오’라는 단어가 생소할 당시에도 한올바이오파마는 ‘바이오베터’ 분야에 뛰어들며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활발한 R&D 활동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채 지난 2015년 대웅제약에 인수됐다. 한올바이오파마 본사도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사옥에 터전을 마련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 인수를 전환점 삼아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다.

최근 한올바이오파마에서 만난 박승국 대표이사 부사장(54)은 “과거 개량신약을 개발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바이오신약 분야에서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연구소장을 맡으며 신약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미래 성장동력을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찾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대웅제약으로 인수된 이후 전열을 재정비하고 신약 개발에 전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그동안 두 개의 약물을 결합한 복합제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했다. 두 개의 고혈압약(암로디핀+칸데사르탄),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로사르탄+로수바스타틴), 고혈압·당뇨 복합제(칸데사르탄+메트포르민) 등 다양한 복합제 개발을 시도했다.

▲연도별 한올바이오파마 연구개발비 및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단위: 백만원, %, 자료: 금융감독원)
▲연도별 한올바이오파마 연구개발비 및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단위: 백만원, %, 자료: 금융감독원)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008년부터 연간 100억원 이상의 R&D비용을 투입했다. 매출 대비 R&D비용은 10%를 웃돌며 당시 국내제약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각각 매출 대비 12.4%, 15.9%를 R&D부문에 쏟아부을 정도로 새 먹거리 발굴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박 대표는 "2005년께부터 R&D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약 10년 동안 1000억원을 투자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R&D노력이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 부사장은 “두 가지 약물을 결합한 복합제의 경우 두 약물이 상호반응을 일으킬 수 없도록 순차적으로 약물이 흡수되는 기술을 적용했는데, 오히려 허가 절차가 복잡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했다.

복합제는 기존에 두 개의 약물을 동시에 복용했을 때와 비교해 약효의 흡수율과 흡수속도 동등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셈이다. 기존에 환자들이 복용하지 않는 패턴의 약물을 복합제로 개발함에 따라 사실상 신약과 같은 임상시험을 수행해야 하는 또 다른 장애물이 발생했다. 실제로 한올바이오파마가 고혈압치료제 '로사르탄'과 고지혈증치료제 '아토르바스타틴'을 섞어 만든 복합제를 지난 2014년에 허가신청했지만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R&D 전략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실적 흐름도 악화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난해 매출 829억원은 10년 전인 2006년 849억원보다도 2.4% 줄어든 수치다. R&D부문에 많은 금액을 투입하는 탓에 수익성도 좋지 않았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10년(2007~2016년) 동안 4번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도별 한올바이오파마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연도별 한올바이오파마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금융감독원)

지난 2010년에는 8년 동안 팔았던 영양수액제의 판권을 원 개발사 박스터가 가져가면서 약 200억원의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2010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이듬해부터 800억원대로 내려앉은 이유다.

지난 2015년 대웅제약이 1046억원을 들여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분 30.08%를 확보하며 한올바이오파마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후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이 유상증자 참여로 납임된 자금으로 차입금을 전액 상환하며 재기를 선언했다.

R&D파이프라인도 바이오신약을 중심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임상1상시험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은 국소염증질환에 최적화 된 항 TNF 바이오베터 제품으로 기술수출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HL036은 전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최적의 분자크기, 강력한 TNF 중화능력, 탁월한 안정성 등의 특징을 무기로 약 30억달러 규모의 세계 안구건조증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한올바이오파마 측은 내다본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과 HL036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자가면역항체신약 ‘HL161'도 한올바이오파마의 기대주다. HL161은 자가항체를 몸 속에서 신속히 제거시키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체 신약이다. 한올바이오파마가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를 목표로 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과 차세대 면역항암항체 개발에도 착수했다. 면역학 분야 전문가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하상준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가 제안한 과제를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가 검토해 진행하는 개방형 협업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승국 대표는 “개발 과제에 따라 대웅제약과 공동으로 진행하거나 한올바이오파마가 단독으로 진행한다”면서 “양사의 R&D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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