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2017년 3월, 대한민국

입력 2017-03-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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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세월호가 드디어 3년 만에 인양됐어. 이르면 31일 목포 신항으로 선체를 옮겨 미수습된 희생자들을 찾는 수색작업을 시작한다는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은가 봐. 선체 내부 배수와 기름 제거작업을 마쳐야 하는데, 바닷물을 빼내기 위해 선체에 또 구멍을 뚫어야 한다잖아. 그런데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지? 선체 내외부의 부식이 심해 파손된 게 많고, 작업자들이 다닐 통로를 만드는 사전준비에만도 7, 8일이 걸릴 거라니까.

-유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참담하고 가슴이 아파. 3년 전 사고가 났을 때 나는 독일 판화가 케테 콜비츠(1867~1945)의 ‘자식의 죽음’이 생각났어. 어머니가 두 손으로 들고 있는 관의 모습이 꼭 세월호처럼 생겼기 때문에 충격이 컸지. 또 하나 김홍도(金弘道)의 ‘남해관음도(南海觀音圖)’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관음보살과 선재동자를 그린 건데, 선재동자의 모습이 마치 물이 무서워 어머니 치맛자락 뒤에 숨는 아이 같고 단원고 학생들 같았어.

-어쨌든 배가 인양됐으니 큰 다행이야. 이제 찾지 못한 사람들의 시신과 유실물이 모두 수습되기를 기대해야지. 이번엔 뭐 생각난 거 없나?

-독일 시인 슈테판 게오르게(1868~1933)의 ‘내 자식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라는 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고 쓴 것 같은데, 정확한 배경은 잘 모르겠어. 첫 연은 ‘내 자식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머리에선 지금도 바닷바람 일고/걸음은 아직도 후들거립니다/겪고 난 무서움과 첫길 떠나던 젊은 기쁨에’ 이렇게 돼 있지. 전체 5개 연 중 마지막 연은 ‘내 팔에 안겨/움직이지 않는 이 자식은/아득한 딴 세상에 꽃 피고 자라서/내 것이지만 끝없이 멀기만 합니다’로 끝나지.

-그렇게라도 자식이 돌아오면 부모의 한이 좀 풀리겠지만, 왜 아직도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나니까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말도 떠돌더군. 그동안 일부러 인양하지 않았다는 거지. 침몰 원인이 밝혀졌는데도 잠수함 충돌설 등 괴담이 계속 생산됐잖아? 인양 과정에서 램프를 제거하자 선체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비난하고, 배에 구멍을 내는 것도 왈가왈부 문제를 삼는 사람들이 있으니.

-글쎄 말이야.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그들의 작업을 믿어주면 안 되나? 그동안 정부가 신뢰를 받지 못하게 해온 탓이겠지만 명백히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진 주장에 대해서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의혹 제기를 하는 건 큰 문제야. 고질인 것 같아. 정치권과 유족들의 추천을 받아서 독립적으로 구성한 선체조사위원회의 결정과 발표도 믿지 않으려나?

-어쨌든 우리 사회는 이제 세월호의 고박(固縛)으로부터 좀 풀려났으면 좋겠어. 아니 고박이 아니라 무슨 주박(呪縛)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 이 매듭과 고리를 풀고 헤어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닐까?

-5·9 대통령선거가 42일밖에 남지 않았어. 누가 대통령이 될까? 여론조사 1위인 문재인이 결국 되는 걸까?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세월호 사고에 대한 최종 처리와 사회적 정리작업이 달라질까? 누가 되든 진실은 하나이니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될까? 검찰의 영장 청구는 이유가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되는데, 영장 실질심사 결과가 정말 궁금해. 나는 구속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판사가 영장을 기각할 경우 법률적 판단을 면밀히 검토한 뒤 그 논리가 합당하면 받아들이려 해.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네가 뭘 어쩔 건데? 불구속 수사를 하면 왜 안 되나? 하지만 이래도 큰일, 저래도 큰일이야. 공무원들은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눈치만 보고 있고,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의 장래가 참 답답하고 암담하네. 일단 술이나 더 하세. 어서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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