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경영권 분쟁 닮은 꼴’ 日오쓰카가구 부녀전쟁, 그 後

입력 2017-03-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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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던 2015년. 당시 비슷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던 일본 고급가구 시장 1위 업체 오쓰카가구의 부녀(父女) 경영권 분쟁. 롯데그룹 경영권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오쓰카가구의 경영권 싸움은 딸 오쓰카 구미코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오쓰카가구의 부녀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침체 일로인 실적이 회복 기조에 오르느냐가 관건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부지를 제공했다가 중국으로부터 보복 세례를 받고 있는 롯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쓰카가구 창업주 오쓰카 가쓰히사 전 회장과 딸인 오쓰카 구미코 사장의 경영권 분쟁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창업한 오쓰카가구는 매장에서 전담 직원이 손님 곁에 따라다니며 제품을 안내하는 회원제 영업으로 사세를 키웠다. 그러나 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를 비롯한 저가 가구점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매출이 2003년의 730억 엔을 정점으로 부진이 계속되자 가쓰히사는 고육지책으로 은행원이던 장녀 구미코를 2009년 사장에 앉히고 자신은 명예직인 회장으로 물러났다.

구미코는 사장 자리에 앉자마자 개혁을 단행했다. 회원제를 폐지하고 고급형 가구 위주에서 중저가 가구 중심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버지와 대립했다. 급기야 오쓰카 부녀는 번갈아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를 비난하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결국 아버지 가쓰히사는 2014년 7월 딸 구미코를 해임한 뒤 사장에 다시 복귀했다. 이에 반격에 나선 구미코는 2014년 4분기 적자를 빌미로 2015년 3월 주주총회에서 아버지를 사장직에서 해임하고 자신이 사장직에 복귀, 부녀간의 경영권 다툼은 일단락됐다. 당시 주주총회에서는 “딸과 아버지가 싸우는 곳에서 가구가 팔리겠느냐. 회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은 것이 아니냐”는 등 주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구미코는 해임 6개월 만에 사장직에 복귀했으나 아버지와 다투는 과정에서 회사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된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반 가량이 흐른 올 1월. 오쓰카는 구미코 체제 하에서의 첫 성적표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낙제점이었다. 45억 엔 적자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낸 것이다. 매출도 580억 엔에서 460억 엔으로 감소하는 등 상황은 좋지 않았다. 구미코 사장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이달 10일 새로운 ‘경영 비전’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문점·소형 업체에 의한 다점포 전개 등 지금까지 오쓰카가구가 쳐다보지도 않던 전략이 담겼다.

사실 전문가들은 오쓰카가구의 실적 악화가 반드시 딸의 능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부녀의 경영권 분쟁 전부터 회사 상황은 위태로웠기 때문. 아버지 가쓰히사가 경영권을 잡았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때 고급가구 시장 1위였던 오쓰카가구가 이처럼 위기에 처한 건 소비자의 특성과 경쟁 상황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가구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당연했지만 이케아나 일본 니토리 같은 중저가 가구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면서 고가의 오쓰카가구가 찬밥 신세가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쓰카가구 역시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구미코 사장이 전문점·소형업체를 통한 다점포 전개 전략을 내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중저가 가구 시장에서 이케아나 니토리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 후발주자인 오쓰카가구의 승산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아울러 실적 개선을 위해선 재무제표 개선도 급선무다. 오쓰카가구의 원가율은 약 50%로 니토리 같은 중저가 업체와 비슷하나 문제는 판매관리비다. 점포 임차료와 인건비로 구성된 판매관리비는 니토리가 약 40%인데 반해, 오쓰카가구는 60%에 달한다. 여기에서 양사 이익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오쓰카가구는 500억 엔의 매출에 300억 엔이 판매관리비다. 즉, 제품을 아무리 열심히 팔아도 판매관리비에서 이익을 깎아먹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매장 규모나 매장 직원 수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부녀의 경영권 분쟁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된 상황에서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면 즉각 반발이 일어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살기 위해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한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거쳐 2015년 7월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신동빈 회장은 롯데 성주 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이후 중국 내 불매운동 등 노골적인 보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설상가상 국내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 근무환경 실태를 비판하고 나섰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다시 경영권 싸움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신동빈 회장은 얼마 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외신과 인터뷰를 갖고 사드 부지를 제공하게 된 사연 등을 해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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