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호태왕비(好太王碑)

입력 2017-03-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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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의 정식 시호(諡號)는 ‘국강상광개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平安好太王)’이므로 이 시호의 약칭은 반드시 ‘광개토태왕’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광개토태왕이라는 호칭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광개토’라는 말 자체를 아예 입에 담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구려가 ‘광개토(廣開土)’, 즉 ‘널리 땅을 넓혔다’는 것은 바로 고구려가 넓힌 만큼 중국의 땅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광개토태왕 시호의 끝부분 세 글자를 따서 ‘호태왕’이라고 부른다.

광개토태왕비의 글씨체는 중국의 어느 비석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자체이자 서체이다. 웅장하면서도 섬세하고 질박하면서도 화려한 아름다움이 있다. 같은 시기 중국에서 유행한 글씨와는 판이하다. 의도적인 장식성이 전혀 없이 그저 편안하게 썼는데도 그 안에 무한히 깊은 매력이 깃들어 있다.

겉으로 볼 때는 조선의 토종 소나무인 홍송(紅松)의 힘차게 뻗은 불그레한 가지를 툭 잘라다가 엮어 놓은 것 같은 질박함과 웅장함이 있는가 하면, 안으로 들여다보면 다듬지 않은 홍송 자체에서 발산되는 청수한 화려함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글씨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서예가는 물론 중국의 서예가들도 이 광개토태왕비의 글씨체를 즐겨 감상하고 임서(臨書:비의 탁본을 보고 그대로 써봄)하며 그 아름다움을 재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므로 광개토태왕비 탁본은 서예용 범본으로 출간되어 인기리에 시판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출간되는 광개토태왕비 탁본은 하나같이 표지가 ‘진호태왕비(晉好太王碑)’로 되어 있다. 광개토태왕비를 중국 동진(東晉)시대 유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책들이 우리나라에도 대량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이 일을 장차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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