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출자전환율 100%? 10%? ‘논란’

입력 2017-03-31 09:25 수정 2017-03-3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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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과 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 데는 대주주인 국책은행의 손실 분담이 너무 적다는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보유한 대우조선 무담보채권 100%를 출자전환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제 선수금환급보증(RG) 등 총여신 규모를 놓고 보면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산은ㆍ수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이해관계자 간 손실 분담에 차등을 뒀다. 대주주인 산은과 수은이 무담보채권 1조6000억 원 규모를 100% 출자전환하고 국내은행은 보유 무담보채권(7000억 원) 중 80%인 5600억 원만 주식으로 바꾸도록 했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은 손실 분담 비율을 더 낮춰 주겠다며 1조5000억 원 규모 중 50%인 7500억 원에 대해서만 출자전환을 요구했다.

표면적으로는 산은과 수은이 가장 큰 책임을 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RG 등 채권 전체를 놓고 보면 정반대다. 산은과 수은이 대우조선에 제공한 여신 규모는 각각 5조6876억 원, 11조3144억 원이다. 대부분이 RG 등 지급보증이다. 무담보채권 1조6000억 원을 출자전환 해봤자 산은·수은의 여신 합계 대비 9.4%에 불과하다.

시중은행들도 대부분 대출채권보다 RG 규모가 크다. 시중은행이 대우조선에 제공한 여신 합계는 약 2조70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서 5600억 원을 출자전환하면 전체의 20% 수준에서 손실을 분담한 것이다. 회사채 보유자만 50% 출자전환으로 가장 많이 손실을 떠안은 셈이다.

이번 채무 재조정의 초점이 산은과 수은이 보유한 RG규모를 축소하는 데 맞춰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RG는 대우조선이 정상화되면 자동으로 해소되는 채무이기 때문이다.

선주사는 대우조선이 자율협약에 실패하면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인 것으로 보고 빌더스 디폴트(Builder's default)를 발동해 건조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선주들이 미리 낸 선수금은 선수금 보증을 선 금융사에서 지불해야 한다. 이때 금융회사가 들고 있는 RG는 대우조선에 대한 채권으로 전환된다.

대우조선 RG는 수출입은행이 8조 이상 들고 있다. 산은도 4조 원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회사채 보유자보다 이번 채무 재조정 방안에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대출채권 대비 RG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은 RG콜이 발생할 만한 상황을 만드는 것보다 얼마 안 되는 무담보채권을 출자전환하는 편이 유리하다.

국민연금과 기관, 개인들이 회사채 50%를 출자전환 해서 대우조선이 정상화되는 동안 RG채권자들은 변제 이익을 홀로 누리는 꼴이다. 회사채 보유자들이 산은과 수은에 대우조선 지분 추가 감자나 출자전환 시 가격 조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산은과 수은이 RG콜 발생 시 일정 비율이나 금액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RG콜에 대해 산은과 수은이 미리 일정 비율을 출자전환 하겠다는 계약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채권 금리 등 다른 채권자들에게 더 줄 수 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에 대주주로서 어떤 책임을 추가로 져야 할지 고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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