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911 테러사건'. 당시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건물의 붕괴와 함께 모든 데이터들이 사라져버렸지만, 모건스탠리는 72시간 만에 모든 업무를 정상화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단 1시간 만에 데이터 복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코스콤 재해복구센터다.
코스콤은 2002년 금융업계 최초로 재해복구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500만 투자자, 2000여개가 넘는 기관이 참여해 일 평균 약 51조 원이라는 거대한 거래대금이 오가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약 4000여 평에 달하는 이 곳은 크게 2개의 동으로 이뤄져있다. 우선 고객들에게 ‘DR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산실을 둘러봤다. DR서비스는 천재지변으로 메인센터가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기업 서비스 연속성 보장을 위해 메인센터와 백업센터가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를 유지한다.
이곳은 들어가는 건물 입구부터 보안이 철저해 공항 보안 검색대를 방불케했다. 인터넷은 물론 사잔촬영도 금지돼 보안검색대를 지나가기 전에 휴대폰 앞뒤로 사진촬영 금지용 스티커도 부착해야 했다. 또 이 곳은 국가보안시설인만큼, 입장 전 보안준수 서약서도 작성했다.
전산실을 들어서니 450평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에 각 고객사들의 모든 장비를 구분지어 놓는 고객사들의 케이지가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총 3개 층의 전산실에는 항온ㆍ항습설비가 갖춰져 있어 100여 개가 넘는 케이지가 적절한 온도와 습도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코스콤 재해복구센터는 KRX, 한국증권금융,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61개사의 재해복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17개 사의 백업데이터 소산과 15개 사의 오피스 백업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특히 재해복구센터는 '100% 무장애'를 자랑한다. 이곳 안양 재해복구센터를 비롯해 서울 여의도 전산센터, 서울 서초 백업센터, 부산 파생시장 센터 등 4개의 센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상호 백업 체계는 물론 재해복구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4시간 365일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외부 해킹, 침입으로부터 자본시장 인프라를 보호하는 통합관제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 곳은 2002년부터 가동한 이후 단 한 건의 사이버침해, 고객 정보 유출 등의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
현재는 서울-부산 간 초고속 인프라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어 800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공한다. 0.02초면 영화 한 편을 내려 받기에 충분한 속도다. 이같은 유기적인 시스템 체계 덕분에 서울 한 증권사가 재난에 의해 파괴될 경우에도 안양 재해복구센터를 통해 1시간 안에 IT 시스템이 복구할 수 있고, 관련 업무(BCP)도 3시간 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동윤 코스콤 IT인프라본부장은 "DR서비스는 전산시스템 파괴를 대비한 것이라면 BCP서비스는 직원들이 하던 업무를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마련된 사무실 개념"이라며 "안양 재해복구센터에는 17개의 BCP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서울 사무소가 파괴될 경우 이곳으로 와서 업무를 계속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양센터는 '무중단·무장애' 서비스를 위해 발전기실을 운영하고 있다. 변전소 이중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정전이 일어나도 안양변전소에서 0.2초 내 평촌변전소로 전환된다.
순간 정전이 발생한 경우라도 1시간 가량은 배터리(연축전지ㆍ리튬이온)로 전력공급이 가능하며 장기간 정전을 대비해 비상발전기도 3대를 가동 중이다. 바로 옆에 발전기 가동을 위한 연료탱크(1만5000ℓ)가 있으며 이는 20시간까지 가동이 가능하다. 20시간이 넘어갈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주유소에서 우선 공급 계약에 따라 곧바로 연료 공급을 받을 수 있다.
정 본부장은 "코스콤은 국가 보안 시설로 등록이 돼 있는 만큼 까다로운 금융권이 바라는 요구사항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면서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이를 미리감지하거나 즉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