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공백기’ 官피아 낙하산 급증 ... 최근 6개월간 23명 임명

입력 2017-04-03 13:24 수정 2017-04-0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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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초기 공공기관장 관료 출신 비율 30%에도 못 미친 것과 대조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퇴직 관료들의 공공기관장 낙하산 인사가 크게 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이후 공공기관장 2곳 중 1곳이 관료 출신이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이투데이가 최순실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임명된 공공기관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공공기관장 45곳 가운데 50%(23곳)가 정부 중앙부처 고위직 출신으로 집계됐다. 이는 박근혜 정부 초기 공공기관장의 관료 출신 낙하산 비율이 30%에도 못 미친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것이다.

사회공공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6월 당시 295개 전체 공공기관에 주무부처 관료 출신이 기관장으로 간 곳은 77개(26.1%)였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9월 말에는 315명의 공공기관장 가운데 주무부처 관료 출신 기관장은 87명(27.6%)에 그쳤다.

하지만 공공기관장의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 이후 정상적인 국정업무가 이뤄지지 못한 이후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이전보다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임명된 공공기관장 비율은 전체 45명 가운데 절반인 23명(51.1%)이 전직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인 문창용 사장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수장에 오른 데 이어 같은 시점에 심경우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한 달 뒤인 12월에는 농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이 한국마사회 회장에 선임됐고,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장에는 최영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자리를 꿰찼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이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한국무역공사 사장이 선임됐다. 심지어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추병직(68) 씨가 주택산업연구원에 선임되기도 했다.

사회공공연구원 김철 연구실장은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국정공백 상태를 틈타 중앙부처 관료 출신들이 산하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심지어 기관장뿐만 아니라 감사 등 공기업 주요 자리에도 관료나 정치인 출신들이 알게 모르게 내려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수치까지 포함하면 관료와 정치인 출신의 낙하산 인사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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