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살찐 고양이의 ‘노동 가치’

입력 2017-04-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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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상장기업 등기임원의 5억 원 이상 개별 보수가 공개됐다. 임원 보수 공개가 4년째를 맞은 가운데, 제도의 취지와 관련해 더 이상 왈가왈부(曰可曰否)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 총수나 경영진의 높은 보수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은 여전하다. 물론 기업 경영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고액 연봉자에 대한 비난과 시기보다는 경영 성과에 따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풍토를 구축하자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경영 실패에 대한 결과와 무관하게 고액 연봉을 수령한 일부 총수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 파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개 계열사로부터 총 66억 원의 보수를 챙겼다. 한때 세계 7위였던 해운회사가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상황에서도 연봉이 2억 원이나 늘어났다.

한진해운 사태의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됐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도 11억2200만 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어설픈 경영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는데도 경영권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대가치고는 너무 혹독한 배신이다. 지금도 다수의 한진해운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구인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경영진의 고액 연봉 소식은 비애로 여겨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고액 연봉에 대해서도 비난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혈육 간의 경영권 분쟁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롯데쇼핑과 롯데호텔 등에서 78억 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이는 2015년의 58억 원보다 20억 원이나 늘어난 규모이다.

일부 경영진은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서 벗어나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해 1월 1심에서 탈세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46억 원을 받았다. 조 회장은 당시 고령과 건강 등의 이유를 들어 법정구속을 면했다.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으로 복역 중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경우 롯데쇼핑 등에서 28억 원을 받았다.

문제의 핵심은 기업 임원 보수의 적정 수준에 대한 절대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기업 이사회가 총수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배주주 경영인들의 고액 연봉은 ‘도덕적 해이’로 직결되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나라의 고용시장은 그야말로 최악 수준이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2위를 오간 지 오래다. 고용시장에서의 불평등에 대한 자포자기는 공기처럼 퍼졌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조기 대선 기간과 맞물려 엄청난 난항과 함께 사회적 파장까지 예고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해 기업 임직원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로 제한하는 최고임금법(살찐고양이법) 제정안을 국회에 냈다. 시간당 6470원인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임원 임금 상한은 약 4억600만 원 선에 묶인다. 물론 민간 기업의 연봉 상한선을 법으로 정하는 게 시장경제 원리에 맞느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청년 백수로 남아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살찐 고양이의 노동 가치는 얼마나 될까. 임원 보수 공개제도의 참뜻을 살리려면 보상 기준과 절차를 합리화하려는 기업의 노력과 함께 사회적 논의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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