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이슈 따라잡기] 경기대응 수단으로 ‘확장적 재정정책’ 적극 활용해야

입력 2017-04-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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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 잠재성장률 확보 위해 재정건전성 유지 정책 수반돼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정책을 비롯해 다양한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이 동원되었음에도 기대한 만큼 경제는 회복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선진국에서 일상적인 거시안정 정책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지 않았던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늘어났다.

최근 재정정책이 거시안정 정책으로 다시 주목받게 된 데에는 재정정책의 효과가 커질 수 있는 경제여건 변화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심즈(Sims) 등 재정적 물가결정이론이 주목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성된 초저금리 환경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통화 완화 정책으로 인해 초래된 초저금리로 인해 정부의 이자 비용 부담이 감소하여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 없이 재정정책 확대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반면 장기 침체론을 주장한 서머즈(Summers)가 주목한 것은 재정 확대에 따라 GDP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재정승수가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침체기에는 재정승수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의 재정정책 역할 확대론은 일상적인 경기 조절 수단으로 활용하였던 1970년대의 거시정책 패러다임으로 복귀하자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경기침체기와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대응책을 강구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비춰볼 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에는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심즈는 인플레라는 단일 정책목표 아래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머즈가 지적한 바와 같이 중앙은행 운영의 독립성, 정부의 다양한 정책목표 등을 감안할 때 인플레라는 단일 정책목표에 대한 정책공조가 장기간 원만하게 지속 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거시 안정정책 체계 내에서 재정정책의 역할을 확대한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높일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동일한 수준의 정책으로 본 심즈와는 달리 거시 안정정책 수행에 있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에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장기적 재정건전성은 재정정책을 거시 안정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재정건전성 확립을 위해 최근 많이 논의되는 것이 재정준칙이다. 그런데 최근 유로존 금융위기 진행 과정에서 확인된 것처럼 재정준칙이 경기변동에 대한 고려 없이 정해지면 경기진폭을 오히려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재정준칙을 설정하려면 경기변동에 따른 예외조항 등을 통해 이런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그런데 이인실·박승준(2013)이 1971년 이후 40년간 우리나라 재정정책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 바와 같이 재정정책은 경기불황기에는 적극적으로 경기에 대응해 재정을 확대하지만 경기호황기에는 재정 긴축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비대칭성을 줄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적극적인 경기 대응에 따른 장기적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재정정책은 장기 예산제약식의 구속을 받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확대하면 미래에 재정흑자를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 즉 재정 확대 정책이 현재의 성장률을 높이더라도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성장 지원과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의 상충을 최소화하려면 재정정책의 전체적인 방향이나 규모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이 면밀하게 설계되고 집행될 필요가 있다.

단기 재정승수만이 아니라 장기 재정승수를 감안해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생산적인 방식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활용함으로써 미래의 세수 증대로 이어져 재정건전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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