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확실한 세계 경쟁 속에서 연구개발(R&D) 강화 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2016년 화학산업의 날 기념사)
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부문 BU장이 R&D 강화 필요성을 역설하며 공개석상에서 했던 말들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이끌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연구·개발(R&D)은 국내 최저 수준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R&D 비용으로 총 636억200만 원을 사용, 전체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0.48%를 기록했다. 2015년 527억1000만 원(0.45%)을 사용한 것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창립 40주년 만에 LG화학을 밀어내고 화학업계 1위에 올라섰다.
반면 화학업계 맞수인 LG화학은 지난해 R&D 비용으로 롯데케미칼이 투자한 금액에 10배 이상에 달하는 6780억2700만 원(매출액 대비 3.28%)을 사용했다. 중하위권인 한화케미칼도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1.5%인 509억8700만 원을 R&D에 투자했으며, SK종합화학도 매출액 대비 0.49%를 차지하는 460억5846만 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업계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R&D 비용 차이가 사업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LG화학은 R&D에 치중하고 롯데케미칼은 M&A에 치중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화학이 지난해 팜한농과 LG생명과학을 인수한 것과 달리, M&A에 집중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삼성 화학사 인수 마무리 외에는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미국의 석유화학업체 엑시올을 인수계획을 철회했으며, 비슷한 시기 추진하던 말레이시아의 롯데케미칼타이탄에 대한 기업공개(IPO)도 그룹사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불발됐다. 아울러 올 3월에는 싱가포르 석유화학업체 주롱아로마틱스(JAC)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도 실패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범용 중심의 사업을 하고 있고, 스페셜티 강화를 위해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첨단소재를 키워오고 있다”며 “각 사마다 포트폴리오가 다르기 때문에 R&D 투자 비용에 차이가 있지만 R&D 투자 비율을 꾸준히 높여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