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짜뉴스’라는 성장통

입력 2017-04-06 10:54 수정 2017-04-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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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온라인뉴스부장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라는 가사가 있다. 1990년 초 히트했던 신신애의 노래 ‘세상은 요지경’이다. 팔다리를 흐느적대며 ‘이판사판 춤’과 함께 부른 이 노래는 당시 대유행했다. 요즘 부쩍 이 노랫말이 떠오르는 건 ‘가짜뉴스(fake news)’ 때문이다. ‘여기도 짜가 뉴스, 저기도 짜가 뉴스, 짜가 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다. 뉴스의 막장을 보듯 ‘뉴스의 이판사판’이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IS에 무기를 판매했다’ 등등의 가짜뉴스가 횡행하더니, 요즘 전 세계에서 정치인이나 기업을 겨냥한 가짜뉴스들이 극성이다.

국내에도 마찬가지이다. ‘문재인에게 금 200톤가량의 비자금이 있다’는 등 ‘고전적인’ 버전을 비롯해, 이달 초 중국에선 ‘한국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뉴스가 떠돌았다. 대선과 관련하여 고발된 가짜뉴스가 지난달까지 4000여 건에 이른다니 진실을 담은 뉴스가 과연 있기나 한 건지 헷갈릴 정도이다. 이러니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가짜뉴스 인식’에서도 국민 76%가 “가짜뉴스 때문에 진짜뉴스를 볼 때도 의심한다”라고 답했다.

세계 곳곳이 가짜뉴스 비상이다. 우리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곳에서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언론사와 IT기업, 혹은 대학연구기관이 협업해 ‘팩트체킹(사실 검증)’ 시스템을 만들기도 하고 언론사들끼리 뭉쳐 함께 대응하기도 한다. 국내 언론사들이 팩트체킹 페이지를 마련해 선거 관련 뉴스의 사실 확인에 나서고 있는가 하면, 해외에서는 수십 개의 언론사가 모여 구글과 ‘크로스체크(CrossCheck)’라는 팩트체킹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한편 독일은 ‘엄정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가짜뉴스를 차단하지 않은 소셜미디어 기업에 최대 5000만 유로(약 600억 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선포했다.

가짜뉴스는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낸 어두운 부분의 일면이다. 일반 이용자들의 참여와 공유, 개방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이 일조한 부분이 크다. 우리 모두가 뉴스를 적극적으로 피드백하면서 확산시키고 이슈를 만들어내는 환경에서 가짜뉴스는 힘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아니 그래서 결국 인터넷의 집단지성의 힘이 가짜뉴스를 몰아낼 것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낙관적일까?

‘의도적인 거짓말’을 일삼는 ‘피노키오’를 떠올려 보자. 거짓말을 하면 코가 쑥 길어지는 나무인형 피노키오 이야기 말이다. 말썽꾸러기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일삼았지만, 이런저런 모험을 감행한 후 ‘진짜 사람’이 됐다. 그렇다면 피노키오 이야기의 교훈은 ‘거짓말하지 않는 착한 사람이 되자’라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거짓말로 인해 겪은 피노키오의 갈등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피노키오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가득 찬 캐릭터이다. 강도이자 사기꾼인 여우와 고양이를 만나고, 지금으로 치면 조직범죄단인 인형극단도 만나 어려움을 겪는다. 심지어는 당나귀로 변하거나, 고래 뱃속에 갇히기도 한다. 이런 모험과 역경이 피노키오를 성장시킨다.

지금 떠들썩한 가짜뉴스 논란도 진정한 저널리즘으로 가는 성장통이 아닐까. 누군가의 불순한 의도로 퍼뜨려지는 잘못된 뉴스이긴 하지만, 뉴스의 발생과 유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반인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그 배경이니 말이다. 웹 2.0시대 네티즌의 참여 산물이라는 위키피디아를 보라. 사람들은 위키피디아에 대해 참고는 하지만,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지는 않는다. 이미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에는 품질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 세상에서 핵심은 내가 보고 읽는 것에 대해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란 결국 성숙한 저널리즘을 위한 성장통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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