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이해관계 복잡한 현안 산적...‘탐색전’으로 끝난 세기의 담판

입력 2017-04-08 13:32 수정 2017-04-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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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의 만찬장에 나란히 앉아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의 만찬장에 나란히 앉아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기의 담판’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두 정상이 이틀에 걸친 회동에서 북한 핵문제와 양국 무역·통상 문제 등 첨예한 쟁점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그다지 주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 양국이 해결해야 할 현안의 이해관계가 그만큼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 세기의 담판이 두 ‘스트롱맨’ 간의 탐색전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래서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정상회담 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회담 결과를 간접적으로 발표했다. 두 정상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차이를 조율하고 협력 분야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은 ▲북한의 핵 계획이 심각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핵 포기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통상 문제에서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국제 규범 준수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미중의 과제를 협의하는 새로운 대화의 틀을 신설(외교 · 안보, 경제 전반, 법 집행과 사이버 보안, 사회·문화 교류 ), ▲중국은 미국의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공격에 이해 표시 등이다.

회담 후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이나 합의문 채택은 없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에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우리 행정부의 모든 각료들이 중국 측 담당자와 일대일 대화를 했다.”고 자찬했다.

사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세기의 담판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뚜껑을 열기 직전에 김이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면 첫날인 6일 시 주석과 만찬을 하면서 동시에 시리아에 군사 공격을 감행, 이에 세계의 시선은 트럼프의 과감한 행동에 쏠렸다. 트럼프는 지체 없는 군사행동이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직접 보여주는 것이 원칙적인 북핵 억제 공조 논의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 하에 시리아 공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등 중국과 얽힌 민감한 사안보다는 미국의 실질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는 무역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문제에서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 중국의 산업과 사이버 정책이 미국의 고용과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더 나아가 중국에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내수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미 경제 무역 협력의 전망이 밝다”고 응수했다.

로스 장관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 수립에 대해 “양국 간 관계 강화의 매우 중요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0일 계획이다. 중국에 수출을 늘리고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중국이 미국 경제를 ‘강간’하고 있다”며 대중 무역적자와 일자리 감소를 중국 정부의 정책 탓으로 돌렸다. 이에 세계에서는 두 국가의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해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어떤 카드를 내놓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었다. 그 결과물이 대중 무역적자 시정을 위한 100일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이 100일이 지나봐야 결과물이 나오는 만큼 이번 회담의 성과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핵 · 미사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두 정상은 북한 핵 · 미사일 계획이 매우 심각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이 우리와 함께 행동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단독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전하며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요구했다. 단,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항목의 합의는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원칙론에 그쳤다.

이외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연내 공식 방중 초청을 받아 들였다. 트럼프는 “시 주석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미중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미중 관계는 진전시켜야 할 1000가지 이유가 있고, 깨져서 좋은 이유는 하나도 없다. 협력이야말로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연내 방중 제안에 “가능한 한 빨리 가고 싶다”고 응수했다. 양국은 11월을 염두에 두고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민감한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두 정상 사이에 해소되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진출을 활발히하고 있는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의 국제 규범 준수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두 정상은 7일 오전 회담 후 별장에서 단 둘이 짧게 산책을 하고, 이어진 오찬에서도 논의를 이어간 뒤 회담을 종료했다. 이날 오후 시 주석은 귀국길에 올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 7시20분(한국시간)부터 20분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한국과 한미동맹이 나와 미국에 중요하다는 점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충분히 강조했다”면서 “북핵·북한 문제의 심각성 및 대응방향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고 사드 배치 관련 문제에 대한 미국측 입장도 전달했다”고 했다. 또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교역, 안보, 북한 문제 등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평가한 뒤 “회담 중 특히 한반도 및 한국 관련 사안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대북정책을 언제나 지지한다”면서 “앞으로 북한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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