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전시 상황실은 오바마 때와 달랐다...경제 각료가 국가안보 회의도 장악?

입력 2017-04-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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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군이 시리아 군사기지를 공격할 당시 진행 상황을 브리핑 받기 위해 모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 백악관+BBC
▲지난 6일 미군이 시리아 군사기지를 공격할 당시 진행 상황을 브리핑 받기 위해 모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 백악관+BBC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시 상황실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와 확연히 달랐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군이 시리아의 여러 군사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할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공개돼 화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7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에는 고급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비좁은 방에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현 행정부의 국가 안보 및 경제 관련 각료들이 빼곡히 둘러 앉아 있다.

영국 방송 BBC는 이 사진이 백악관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임을 감안할 때 여러 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킨다며 그 중 5가지를 짚었다.

우선 이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스파이서의 트윗에 따르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이 보여주는 스크린을 보고 있다. 이들 3명의 각료는 백악관 국가안보팀의 일원으로 시리아 정부가 자국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데 대해 미군이 응징한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건 백악관 대변인인 스파이서가 방의 왼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가 안보 브리핑을 받는 자리가 철저한 보안을 요하는 ‘상황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1년 5월 20일 오바마 전 대통령과 참모진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알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당시 사진은 누가 보더라도 백악관 상황실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트럼프와 그의 참모진이 있는 곳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장소라는 것이다. 이곳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플로리다 팜비치의 호화 리조트 마라라고의 정체 모를 장소로 추정된다. 참석자들은 금색으로 칠해진 의자에 앉아 있고 발 밑에는 장식용 러그가 놓여 있다. BBC는 트럼프가 마라라고에서 주말 대부분을 보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사진은 트럼프의 재임 기간 중 몇 안 되는 극적인 장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 번째는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스티븐 배넌과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의 자리가 뒤바뀐 듯하다는 것이다. 최근 국가안보회의(NSC) 수석회의에서 배제된 배넌은 탁자에 앉지 못하고 뒤편 문 옆에 앉아 있다. 배넌의 백악관 동맹 중 하나인 스티븐 밀러도 구석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다. 반면 쿠슈너는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그의 위세를 보여주는 극적인 예다. 배넌과 쿠슈너는 백악관 내에서 이미 견원지간으로 유명한 사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마라라고에서 트럼프의 지시로 둘만의 회동을 했다고 한다.

네 번째는 국가안보 브리핑에서 객(客)이나 다름없는 경제 각료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앉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왼쪽에는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이, 오른쪽에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앉았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틸러슨 장관 옆에 자리를 잡았다. BBC는 이 자리 배치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경제 각료들의 역할 비중이 컸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주목할 건 지금까지 국가 안보 회의에서 경제 각료들이 상석에 앉은 적은 없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상한 새로운 여성이다. 이 방에 있는 15명 중 여성은 단 한 명이다. 그는 백악관 수석 고문 디나 파웰. 2011년 오바마 행정부가 빈라덴 사살 작전을 지켜볼 당시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외에 오드리 토머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테러국장까지 두 명의 여성이 있었다. 파웰은 작년 대선 당시 이방카 트럼프의 고문 변호사였으며, 원래는 기업과 경제 성장, 여성 역량 강화를 위한 대통령 고문이었다. 게리 콘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BBC는 추가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리를 언급했다. 2011년 사진 속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빈 라덴 제거 작전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그 자리가 중앙이 아니다. 그는 작전을 설명하는 마셜 웹 합동특수전사령부 부사령관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다. 실무자에게 최고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 중앙의 지휘관 자리에 앉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2011년 5월 20일 미군이 알카에다 두목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수행할 당시, 백악관 상황실에 모여 이를 지켜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참모들. 백악관
▲2011년 5월 20일 미군이 알카에다 두목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수행할 당시, 백악관 상황실에 모여 이를 지켜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참모들.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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