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가전제품 등 광범위한 품목을 대상으로 외국기업들의 불공정 덤핑을 공식 조사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WP는 익명의 정부 관리를 인용해 윌버 로스 상부장관을 중심으로 불공정 덤핑 관련 행정명령 초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6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보다 품목이 확대된 것이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품목에 대해서 반(反)덤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반덤핑 조사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가정 기기 등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새로운 수입 관세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 부문은 중국의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해당 행정명령이 대(對)중국 무역에 대한 미국의 더욱 공격적인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WP는 관측했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덤핑조사 행정명령 검토 소식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이틀 만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이른바 100일 계획에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반덤핑 조치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행정명령 발동으로 다양한 품목에 대한 새로운 수입관세가 도입될 경우 값싼 수입품을 중간재로 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나 결국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백악관 관계자도 “조사 결과를 보고 최소의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고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행정명령 발동 시기는 이르면 이달 말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훨씬 더 늦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해당 행정명령이 자칫 무역전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다 그간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이 실패로 돌아간 탓에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데 백악관 측이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외국 기업들의 덤핑을 막고, 외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조금 지급을 중단시켜 미국 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