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 점검] 大選에 엮였다 신뢰 잃을라… 상장사 ‘양심공시’ 잇따라

입력 2017-04-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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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급등은 毒”…32개 종목 ‘사이버 경보’ 통보 후 대선주자 관련성 부인

대선 테마주로 얽힌 기업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주가 거품을 빼고자 적극 나선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이버 경보’를 통보받고 나서 정치·정책 관련 풍문을 공시를 통해 부인한 종목은 10일 기준 32개로 집계됐다. 기간별로 살펴보면 지난 1월에는 1개, 2월에는 7개, 3월에는 22개, 이달에는 2개 종목이 정치 관련 이슈와 관련성을 해명했다. 조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상장사들의 양심선언이 늘어난 셈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6월부터 온라인상에서 뜬소문 등 주가 관련 이상징후를 보이는 기업을 골라내 단속하는 사이버 경보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테마주로 꼽히면서 얻는 이상급등 현상이 결과적으로는 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학습 효과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관련 테마주는 지난 2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과 함께 처참하게 고꾸라졌다. 몇몇 종목은 반토막을 넘어 반의 반토막 이상 폭락해 수많은 개미의 곡성을 낳았다.

상장사들의 인식도 변화했다. 과거 상장사들은 주가 급등에 대한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 정도의 답변에 그치며 테마주 바람에 편승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그러나 정치 이슈에 휘둘리면 투자자들에게 좋지 못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인식이 최근 퍼지면서 일찌감치 선을 그으려는 모양새다. 어물쩍 주가를 띄우려다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안티 세력마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와의 연관성을 부인한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홍하종 대표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같은 경남고 출신이란 이유에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던 DSR와 DSR제강은 각각 지난달 10일과 13일 문 후보와 관련성이 없음을 밝혔다. 이후 이들 종목의 주가는 10% 이상 조정됐다.

솔루에타는 박동원 대표가 문 후보 캠프 일자리 위원으로 선임됐다가 사임한 사실을 곧바로 공시로 알렸다. 박 대표의 캠프 합류로 급등했던 주가는 공시 이후 31.3% 떨어졌다. 바른손(-33.8%), 우리들휴브레인(-18.2%), 신신제약(-16.3%), KNN(-13.28%) 등도 급등분을 반납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 테마주로 떠올랐던 대신정보통신은 지난달 13일 유 후보와 관련성을 부인했다. 세우글로벌 역시 17일 해명 공시를 내놨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각각 20.2%, 14.5% 하락했다.

일부 종목은 뒤늦게 대선 주자와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한다. 한때 ‘안철수 테마주’였던 오픈베이스는 지난달 말일 “안랩과 사업적인 거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안철수와 아무 연관성이 없다”고 공시했다. 연초 3000원대이던 오픈베이스의 주가는 현재 5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해명 공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도 있다. 써니전자는 지난달 15일 “당사의 사업은 안철수 의원과 과거 및 현재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공시했지만, 주가는 그 후에도 40% 이상 뛰었다. 이 회사는 최근 ‘안철수 대세론’이 부상하면서 연일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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