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항공 사태는 1000분의 1이 부른 악몽…글로벌 항공업계 ‘오버부킹’ 관행 도마 위

입력 2017-04-12 09:17 수정 2017-04-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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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오버부킹’ 파문으로 세계 항공업계의 오버부킹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큰 공분을 산 유나이티드항공의 횡포는 오버부킹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 9일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을 출발해 켄터키 주 루이빌로 향하는 항공편에 탄 아시아계 미국인 남성 승객을 무력으로 강제 하차시켰다. 공항 경찰까지 동원해 승객을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남성은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구타를 당했다. 항공사 측의 전산 오류로 오버부킹 문제가 생겼는데 자진해서 내릴 승객이 없자 컴퓨터 추첨으로 승객 4명을 강제 지정하고 나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문제는 이런 오버부킹이 항공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점에 있다. 유럽연합(EU)의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비행기 한 편에 단 한 명이라도 ‘노쇼(No-Show)’ 승객이 없는 경우는 1만 분의 1이다. 이 때문에 항공사는 성수기에 노쇼 승객 분을 메우려고 일부러 초과 예약을 받는다. 이는 업계의 오랜 관행이자 합법이다. 항공업계 전문가인 존 스트릭랜드는 “오버부킹은 노쇼 승객을 대비해 필수적”이라며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정교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노쇼 비율을 예상하고 오버부킹 예약을 받는 것을 항공업에서는 ‘RM(Revenue Management)’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노쇼 비율을 예상한다 하더라도 실제 수치에 적중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노쇼 비율이 생각보다 적으면 문제가 생긴다. 미 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탑승하지 않은 사람은 1999년 한 해 107만 명이었으나 2015년에는 55만2000명으로 감소했다. 55만 명이라는 숫자가 커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전체 탑승객의 0.09%에 불과하다.

오버부킹이 발생하면 항공사는 탑승 예정 승객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탑승 여부 결정을 권할 수 있으며, 이때 승객에게는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미 교통부는 규정하고 있다. EU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항공사는 자발적으로 좌석을 포기할 승객이 있는지 먼저 물은 뒤, 자원자가 없는 경우 충분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보상 금액은 거리에 따라 다르며 장거리 노선의 경우, 최소 250유로(약 30만 원)에서 최대 600유로까지 다양하다. 미국은 이 보상금을 최대 1350달러로 규정해 놓았다. 항공사 컨설팅 업체인 OAG의 존 그랜트 컨설턴트는 “항공사는 보상을 제공하는 동시에 최대한 승객이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오버부킹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면 항공편 티켓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유나이티드항공이 오버부킹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초과 예약으로 좌석이 없을 시 승객들이 탑승하기 전에 이를 먼저 공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지원자가 없으면 어떤 승객을 내리게 할 것인지 규정이 없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일부 항공사는 수속 순서에 따라 양보할 승객을 정한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석 승객이나 어린이, 장애인 승객에게는 양보를 권하지 않는다. 항공업계의 스트릭랜드 전문가는 “오버부킹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100% 차단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에 최소한 출발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자를 찾아야 한다”며 “만약 강제적으로 승객을 태울 수 없을 때 가능한 한 섬세하게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태로 국제 항공사들은 자신들이 유나이티드항공과는 다르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로열요르단항공은 트위터에 “우리는 당신을 지킬 것”이라며 “우리 항공사에서 사람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고 썼다. 에미레이트항공도 트위터에 유나이티드항공의 오스카 무노즈 CEO를 향한 메시지를 담아 동영상을 만들었다. 동영상은 자막으로 “무노즈 CEO씨, 에미레이트항공은 2017년 트래블러 초이스 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했다”라며 “우리는 단순한 항공사가 아니라 국제적 브랜드”라고 자신했다. 또 “이번에는 친화적인 분위기에서 비행을 경험하라”는 자막을 넣어 유나이티드항공을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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