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서 말’인데… 신소재 상용화는 ‘제자리’ 왜

입력 2017-04-14 10:31 수정 2017-04-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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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들이 그래핀을 활용한 O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들이 그래핀을 활용한 O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열·전류 전도성 뛰어난 ‘그래핀’

韓, 플레이크 특허출원 세계 2위

CVD 점유율 30% 등 앞섰지만

초기 불확실성에 제조투자 미흡

정부차원의 전략적 육성책 절실

강철의 200배 강도, 구리의 100배 전도성을 지닌 얇고 투명한 ‘그래핀(graphene)’은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그러나 첫 발견 이후 13여 년이 지나도록 상용화의 길은 걸음마 수준이다.

그래핀은 2004년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가 개발했다. 탄소원자들이 6각형 벌집구조로 배열된 2차원 구조의 원자막으로 전류수송은 구리의 100배이고 강도는 강철의 200배를 보유한 신소재다.

이처럼 다양한 미래산업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저가격ㆍ연속적으로 양산하는 기술까지는 도달하지 못해 그래핀 응용제품 상용화에는 기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핀을 처음 발견한 영국은 2015년 3월 영국 맨체스터의 국립그래핀연구소를 세우고 전 세계 기업들과 손잡고 그래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지난해 샤먼시에 그래핀 양성화 단지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단지를 통해 2018년에는 1000톤, 2020년까지 5000톤 규모로 그래핀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기술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은 2015년 빌딩형태의 3차원 탄소나노튜브-그래핀 구조체를 만들어 높은 에너지밀도를 가지면서 고출력을 유지하는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슈퍼커패시터는 전기에너지를 빠르게 대량으로 저장해, 높은 전류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치다.

또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2014년 그래핀을 이용해 휘어지는 투명 가스센서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그래핀을 이용해 휘는 디스플레이의 투명 전극을, 이달 11일에는 그래핀 투명전극으로 O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했다. 이밖에도 인천대와 인하대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그래핀을 산화시켜 실크로 코팅해 웨어러블 전자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전자섬유를 개발,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발표했다.

한국은 플레이크 특허 중 미국(43%)에 이어 특허 출원이 두 번째(28%)로 높고, CVD 특허에서는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래핀 제작 기술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서는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제조와 응용에 많은 국내 기업의 투자의향이 있고,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나 시장 초기 단계에서의 불확실성과 위험성으로 본격적인 사업화 투자는 아직 미흡하다.

정부도 그래핀을 포함한 2차원 나노소재 관련한 연구개발(R&D) 투자규모(2008~2010년 440억 원 → 2011~2013년 1637억 원)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는 있으나, 응용분야 기술에 집중되어 있어 원소재 제조개발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핀 산업은 기술우위, 수요기반을 바탕으로 선도자 전략을 통한 신시장 창출과 선점이 가능하므로 전략적 육성이 필요하다”며 “국내 기술 미확보 분야와 민간투자가 어려운 부분에 대한 R&D를 지원하고 이를 기업이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상용화를 할 수 있는 연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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