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를 만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9조 빚더미 하이닉스 인수… 남다른 승부사 기질 ‘성공신화’ 썼다

입력 2017-04-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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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후 대규모 투자 알짜회사 성장… 수출주도 기업으로 체질 전환올해 6200억에 LG실트론도 인수…반도체 사업 수직계열화 토대 구축도시바 반도체 입찰참여 또다시 ‘승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 자신감 내비쳐

2011년. SK그룹은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도전했다. 회사 경영진조차 반신반의했으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고, 2012년 하이닉스 반도체를 품에 안았다.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5년. 그의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됐다. 9조 원의 부채를 가진 부실 덩어리 하이닉스반도체는 SK그룹의 ‘알짜회사’로 거듭났고 SK그룹은 내수기업의 이미지를 벗고 수출주도형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성공했다.

2017년. 최 회장은 또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20조 원’ 규모의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위기 때마다 특유의 ‘뚝심’으로 퀀텀점프(Quantum Jump·대도약)를 이뤄낸 승부사 최 회장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물리학도’ 최태원 회장, 반도체로 ‘날개’ 달다 = 재벌가 2세들의 경우 경영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승계를 염두에 둔 탓이다.

그러나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은 최 회장에게 이공계열 진학을 권했다고 한다.

경제의 기본원칙은 ‘합리(合理)’라며 경제를 잘 알기 위해서는 ‘理’, 즉 물리나 화학, 생물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최 전 회장의 평소 지론 때문이었다.

이에 최 회장과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고려대 물리학과에 나란히 진학하게 된다. 이후 최 회장은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으나 젊은 시절 공부한 물리학은 그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도움을 주게 된다.

1953년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마차로 자갈을 날라가며 세운 선경직물이 모태인 SK그룹은 1980년 유공과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이후 에너지·통신 양대 주력사업 성장해 왔다. 때문에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에 나서기 전만 해도 반도체에는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한 최 회장은 반도체 관련 스터디 모임까지 조직하며 ‘열공’에 나서게 된다. 물리학과 출신이었던 탓에 그는 반도체의 기본 원리는 물론 세계적 기술 동향까지 빠르게 이해해 나갈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이닉스 인수 이후에도 최 회장은 반도체 부문을 직접 챙겼다. 반도체 불황으로 경쟁사들이 재편될 때에도 최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SK하이닉스는 설비 투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청주에 2조2000억 원을 투자, 공장 건설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

올 들어서는 LG그룹과 ‘빅딜’을 성사시키며 LG실트론을 62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반도체 웨이퍼 전문기업인 LG실트론 인수로 SK그룹은 반도체 사업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졌다.

◇내수기업서 수출기업으로 ‘우뚝’… 日 도시바 인수도 도전 = 최 회장의 이 같은 반도체 사랑은 큰 성과로 돌아왔다. SK하이닉스 인수 5년 만에 국내 대표 수출 기업으로 변모한 것이다. 기존 에너지·화학 사업의 글로벌화와 함께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집중적으로 육성한 ICT 관련 사업이 성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ICT 계열사 매출은 37조4000억 원으로 SK하이닉스 편입 이전인 2011년(17조6000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수출액도 같은 기간 무려 127배 급증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5년 동안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ICT 계열사 전체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에너지·화학 중심의 수출동력에 ICT가 추가돼 훨씬 안정적이고 견고한 수출그룹으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한 번의 큰 승부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 예비입찰에 글로벌 재무적투자자(FI) 등과 함께 제안서를 제출한 것이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 막강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도 최 회장은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예비입찰 금액이 다른 업체보다 작아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가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은 바인딩(binding·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이 아니라 금액에 큰 의미가 없다”며 “바인딩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답한 것.

향후 본입찰로 넘어가는 인수전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재무건전성과 SK그룹의 적극적 인수합병(M&A) 행보를 감안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가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시장 전문가들도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도시바는 오는 5월 2차 입찰을 진행하고 6월 우선협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 이사회에 의견서를 보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이 계약 위반 소지가 있으며 매각 전에 자사와 독점적으로 교섭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매각 작업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태원 회장 프로필>>

△경기도 수원 출생(1960년) △신일고등학교(1979년) △고려대학교 물리학 학사(1983년) △시카고대학교 경제학 학사(1987년) △선경 경영기획실 부장(1992년) △선경 상무이사(1996년) △유공 사업개발팀장 상무이사(1997년) △SK종합기획실장 대표이사부사장(1997년) △SK대표이사 회장(1998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2005년) △대한핸드볼협회 회장(2008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회장(2016년) △SK대표이사 회장(2016년)

문선영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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