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 원칙 폐지가 임박했으나 문제는 정책 실행 속도라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망중립성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떤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는 망중립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반대해왔고 ‘망중립성의 적’이라고 불리는 아지트 파이를 FCC 위원장으로 앉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파이 위원장은 5월에 망중립성 폐지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너무 빨리 ‘오바마 지우기’의 목적으로 계획에 착수하면 망중립성 정책에 찬성하는 미국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법정 투쟁을 선포할 수 있다. 반면 너무 천천히 진행하면 파이 위원장이 공화당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게돼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미국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매체인 레딧이 개최한 행사에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망 중립성 원칙을 없애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새 FCC 위원장과 의회는 엄청난 전투를 벌이지 않고서는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날 행사에서 시민단체들은 망 중립성 폐기를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공공정책연구원의 로렌 피닉스 센터장은 “정치적 압력에 파이 위원장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적인 정치인들은 파이 위원장이 과감하게 현재 정책을 뒤집는 데 더해 민주당과 입법안 협상 테이블을 구성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 위원장이 속도 설정을 어떻게 하든 WSJ는 그가 곧 계획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여당 3명, 야당 2명으로 구성되는 FCC 위원회는 현재 2명이 공석이다. 3명 중 1명이 현재 민주당의 미뇽 크리번 의원인데 오는 6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만약 크리번 의원까지 임기 만료로 자리를 비우면 FCC는 정족수 부족으로 망중립성 폐기를 밀어붙이기 힘들게 된다.
파이 위원장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또 다른 근거는 2018년 중간선거다. 이 문제를 오래 끌면 내년 중간 선거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은 벌써 반격의 칼을 빼들었다. 이달 초 민주당 의원 32명은 파이 위원장에게 망중립성 정책을 유지해달라는 내용의 서신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