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 사막 카지노 도시가 제2의 실리콘밸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입력 2017-04-18 08:32 수정 2017-04-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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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기가팩토리에 이어 구글도 데이터센터 구축 추진…세금 감면·기업친화적 정책 등으로 IT 기업 유치

▲미국 네바다 주 리노 동부 타호리노산업센터에 들어선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리노/AP뉴시스
▲미국 네바다 주 리노 동부 타호리노산업센터에 들어선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리노/AP뉴시스

미국 네바다 주 사막의 카지노 도시가 제2의 실리콘밸리로 변모하고 있다.

테슬라가 네바다 주 리노 시 인근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하는 가운데 엄청난 새 이웃이 생겼다. 바로 알파벳 산하 구글.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주 리노 동부의 민간 산업단지에 있는 1210에이커(약 4.9㎢) 면적의 광대한 토지를 2910만 달러(약 331억 원)에 매입했다. 구글이 입주하게 될 산업단지는 총 10만7000에이커의 면적을 자랑하는 타호리노산업센터다.

구글이 진출한다는 소문은 2년 전부터 돌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8월 세운 자회사 실버슬레이트를 통해 비밀리에 토지 매입을 추진해왔다. 구글은 이곳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테슬라가 50억 달러를 들여 짓고 있는 3200에이커 면적의 기가팩토리는 구글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곳에서 북쪽으로 수 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 기가팩토리가 수년 안에 완공되면 약 93만㎡ 면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건물이 된다.

테슬라에다 구글까지 껴안게 된 리노는 원래 카지노와 매춘이 주력 산업이었다. 그러나 저렴한 비용과 세금 감면, 인허가 절차 단축과 같은 기업친화적 정책, 실리콘밸리로의 접근성 등으로 IT 기업들 사이에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테슬라와 구글 이외에도 월마트와 이베이 등이 이곳에 데이터센터와 공장, 물류센터 등을 짓는 등 리노는 미국의 새로운 핵심 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리노에 진출한 IT 기업들은 3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실리콘밸리는 너무 많은 IT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서 교통난이 심각하고 주택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이 그 대안으로 리노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리노는 지난 2014년 미국 내 다른 도시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테슬라 기가팩토리 공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13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 감면 패키지를 제안한 것이 주효했다. 1년 뒤 인터넷 인프라 업체인 스위치는 타호리노산업센터에 1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를 세운다고 밝혔다. 스위치는 최근 이곳과 실리콘밸리, 로스앤젤레스(LA)와 라스베이거스를 연결하는 광섬유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해 구글의 데이터센터도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구글은 핵심인 인터넷 사업을 지원하고 차기 성장사업으로 주목받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확대하고자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인 컴퓨터 네트워크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클라우드 사업이 현재 회사 매출의 88%를 차지하는 광고사업을 뛰어넘는 수익원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구글의 클라우드 부문 경쟁사인 아마존닷컴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매년 이 부문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아울러 리노는 자율주행차량산업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구글이 매입한 토지는 매우 넓어 데이터센터 이외 자율주행차량 연구와 주행 시험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리노 관리들은 알파벳이 이 곳에서 자율주행차량 고속도로 주행 시험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차량 자회사인 웨이모는 캘리포니아 주의 공도에서 시험 주행을 하고 있지만 속도는 56km/h로 제한돼 있다.

네바다 주는 이미 2011년 미국 최초로 자율주행차량의 실제 도로 주행 시험을 허용했다. 또 브라이언 샌도벌 네바다 주지사는 자율주행차량을 택시로 운영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알파벳과 포드자동차, 우버 등이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리노가 제2의 실리콘밸리로의 변모를 추진하는 데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교훈이 있다. 도박과 여행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면 경기침체 시에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네바다 주 실업률은 금융위기 여파에 지난 2009년 14%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이에 샌도벌 주지사는 네바다 주의 산업 다각화를 추진할 시험장소로 리노를 정하고 공격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섰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공장 유치 과정은 리노 시가 각광받는 이유를 설명한다. 유치 경쟁이 한창 벌어질 때 리노 시 관계자는 테슬라 임원들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들은 호텔 방에서 테슬라에게 단순히 파워포인트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대신 전용기를 빌려 회사 임원을 리노로 초청한다고 제안했다. 테슬라는 회사 정책을 이유로 이 제안을 거절했지만 리노 시 공무원들의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테슬라의 한 임원이 시 관계자에게 토지 매입 인허가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지 묻자 이 관계자는 “서류를 채우면 그 땅은 테슬라의 것”이라고 답했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네바다는 정말 일을 잘 처리하는 주”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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