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김용익 원장은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조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당 대선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 여러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 근본적으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우리나라의 국가 재정 규모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세금을 더 걷되 증세 아닌 조세 개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견해다.
김 원장은 17일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문 후보가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연 3.5%로 정한 재정지출 증가율을 7%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잖나. 증세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복지 재정 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증세할 게 아니라 조세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세는 굉장히 나쁘고 두려운 것이란 인식이 있는 한편 누구나 다 자신이 세금을 제일 많이 내는 것 같은 억울함, 거부감이 있다”며 “가급적 간단하면서 납득할 수 있는 조세 체계로 개편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듯 자연스럽게 조세를 부담하는 방식을 바꿔나가면서 국고 기능, 재원조달 기능도 강화해 정부 재정을 OECD 평균까지 늘려가야 한다”며 “GDP(국내총생산)에서 국가 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은 42.4%지만 우리나라는 30.4%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올해 정부 예산이 400조 원 규모인데, OECD 평균 정도로 끌어올리려면 550조 원 정도는 돼야 한다”며 “지금보다 150조 원쯤 더 써야 평균적인 국가가 되고 국민의 삶이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능한 정부는 정치적 의지로 되는 게 아니라, 충분한 재정적 능력을 가져야 가능하다”며 “공약을 개발하다 보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돈이 많이 들어 고민을 하게 된다. 예전부터 재정 규모를 착실히 늘려 나갔으면 이미 해결됐을 일을 미루다 이렇게 돼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가구의 3분의 1 정도는 가난의 위협을 받고 있거나 가난해질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며 “이 비율을 훨씬 낮춰서 가난의 굴레, 가난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은 현대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데 21세기에도 안 되니 안타깝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김 원장은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문 후보의 소신대로, 늘어날 예산은 일자리 창출에 1순위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81만 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50만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 후보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민주당 집권 시 즉각 10조 원 이상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추경안을 짜고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전언이다.
그는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는 일자리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사회서비스 강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 인프라 개혁, 가계부담 경감 효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는다”고 역설했다.
또한 “문 후보가 당선되면 일자리 81만 개는 확실히 늘어난다”면서 “직장이 없던 사람만 새로 취업하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 알바생이 옮겨가면서 노동시장 움직임을 일으켜 경제에도 활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을 두고는 “인수위원회도 없이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면 조각이 늦어질 수 있고, 국회 의석수 분포도 만만치 않아 현실적으로 최소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앞세우고, 업무가 과다하고 몸집이 비대한 부처는 분리할 수밖에 없다”며 “권력의 총량은 같아도 한 기관이 권력을 너무 많이 갖지 못하게 상호 견제하도록 한다는 게 일반적 원칙”이라고 했다.
복지 공약의 경우 “아동수당, 청년실업수당, 중고령자의 연금, 장애인연금 등을 세트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면서 “일자리 정책도 마찬가지로, 전체를 아우르는 공약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의 지지 취약층으로 확인된 50대 후반에 해당되는 유권자를 공략할 공약들도 마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김용익 원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사회정책수석을 지냈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지난해 9월부터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