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 댔더니 시리얼 그릇 속에서 작은 상어가 헤엄치고 있다? 친구들이 좋아하는 식당 앞에 추천 메뉴를 적어 넣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증강현실(AR)에 회사의 미래를 걸었다. 바로 이런 방법을 통해서다. 소셜미디어를 장악한 페이스북의 차세대 프론티어를 ‘현실 세계(Real World)’에서 발견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연례 개발자회의인 ‘F8’ 기조연설에서 카메라를 활용한 AR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의 플랫폼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주변 현실세계를 인식해 디지털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메인 AR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AR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해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됐다. 현재 사용자들은 사진이나 동영상 위에 단순한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 등에 이 기술을 활용한다. 시리얼 그릇에서 작은 상어가 튀어나올 수 있는 것도, 친구들이 좋아하는 식당 앞에 추천 메뉴를 적어 넣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기술 덕분이다.
지난해 7월 데뷔한 ‘포켓몬고’ 게임은 대중이 본격적으로 AR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저커버그에게 이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가정 내 거의 모든 물체가 AR 소프트웨어로 대체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500달러(약 57만 원) TV 앞에 앉아있는 대신 1달러 앱으로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가상현실(VR)을 비롯한 다른 미래 기술에 베팅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페이스북은 당분간 AR 플랫폼이라는 목표를 향해 전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커버그는 지난 18개월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메신저 등 회사의 앱을 카메라에 중점을 둔 새 인터페이스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AR 소프트웨어 자체를 전부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룰 계획이다. 이날 개발자회의에서 페이스북은 개발자들이 AR 기반 앱을 구축하는 것을 돕는 ‘카메라 효과 플랫폼(Camera Effects Platform)’을 공개하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인앱 카메라에서 작동하는 차세대 주요 앱 생태계를 조성하려 한다”며 “애플이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아이팟과 아이튠스 생태계를 만들었던 것처럼 우리도 아직 AR과 관련된 환경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더라도 일련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의 의도가 성공하면 페이스북은 소비자들이 매년 수억 개의 앱을 사용해 아이폰을 계속 구매하도록 하는 애플의 앱스토어와 비슷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NYT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