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BNK금융 회장은 시세조종 시도했나…‘만신창이’ [신용도 추락-(마지막)]

입력 2017-04-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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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금융산업 전반의 신뢰 문제

엘시티 특혜 대출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BNK금융그룹이 성세환 회장까지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대외적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해보인다. 신용평가사들은 즉각 신용등급 검토에 착수했다. 특히 이번 사건이 1금융권인 은행에서 벌어진 데 충격은 더 커지고 있다. 은행장이 연임을 위해 유상증자를 성공해야 했고, 상황이 어려워지자 주변을 동원해 시세를 조정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19일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시세조종에 은행의 불법대출 자금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금융회사로서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은행의 여신심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내부통제에 있어서도 큰 허점을 보였다”라고 평가했다. 황 변호사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출신으로 주가조작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은행업을 포함한 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상호금융·여신전문회사 등 6개 업권에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도입하자는 입법 취지로 제정됐다. 따라서 대부분의 규정들을 은행법에서 차용해왔다. 때문에 기준이 된 은행에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일을 두고 국내 금융산업 전반의 신뢰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은 BNK금융 경영진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포착해 조사하던 중 검찰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분류해 지난 2월 24일 연관 자료를 부산지검 특별수사부에 이첩했다. 부산지검은 지난달 7일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BNK증권·BNK캐피탈 등 4곳에 수사관을 보내 각 계열사 사무실과 성세환 회장실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어 BNK지주와 4개 계열사의 임원과 실무 직원들, 시세조종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부산 중견 건설업체 10여 곳의 관계자 등 수십 명을 불러 조사를 벌여왔다.

급기야 지난 10일 성 회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성 회장을 비롯한 김 모(60) BNK캐피탈 대표이사, 박 모(57) BNK지주 부사장 등은 14일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이어 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법원은 성 회장과 김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박 부사장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했다.

◇성세환 회장 구속·엘시티까지 연루되면…신용등급 하락 위기 = 금융권에서는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BNK금융지주 및 계열사에 대한 신용도에 주목하고 있다. 대다수의 신용평가기관 관계자들은 성 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구속된 만큼 향후 재판 추이 및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꺾기 대출’에 이은 ‘시세조종’ 의혹이 엘시티 사업 특혜 대출로 다시 불똥이 튈 경우 신용등급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신용평가회사 연구원은 “시세조정으로 인한 과징금 액수가 크거나 고강도 징계가 이뤄지면 신용등급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연구원도 “금감원으로부터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받아 은행을 비롯한 그룹 전체 영업에 지장이 초래되면 신용등급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엘시티 사업까지 연관될 경우 신용도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가 BNK금융의 선순위회사채와 후순위회사채, 조건부자본증권(Tier 1)에 대해 책정한 등급은 각각 AAA와 AA+, AA-로 안정적이다. 다만 지난해 5월과 10월 평가로 엘시티 특혜 대출 이슈가 불거지기 전에 매겨진 등급이다.

올 들어 계열사인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이 수도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까닭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신용등급 하락은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부산은행은 수도권에서만 14곳의 영업지점을, 경남은행은 4개 점포 확보를 각각 목표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지주회사의 문제가 은행 계열사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주된 자본 확충 수단인 유상증자가 검찰의 ‘시세조종’ 수사로 묶여 있어 BNK금융의 자금 수요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잇따른 연임 성공으로 은행장에 이어 지주 회장, 은행과 지주 모두에서 이사회 의장까지 유례없는 ‘4겸임 체제’로 그룹을 완전히 장악한 성 회장이 일인자로써 본인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임직원과 주주에게 증명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반드시 흥행시켜야 한다는 니즈가 있었는데, 의사결정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은 주가조작 유혹을 걸러내는 등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황현일 변호사는 “시세조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출 시 이미 대출금 가운데 일부로 BNK금융 주식을 사기로 하는 이면 약정이 있었고, 실제 고가 매수 주문이나 종가 관여 주문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회장-행장-이사회 의장 4겸직 ‘권한 집중’…시장·고객 신뢰회복 위한 결단 필요 = 아시아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에 기업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라고 권유했다. 이것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촉발된 미국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으로 구체화하게 된 배경이 됐다.

2009년 ‘OECD 기업 지배구조 및 금융위기 보고서’나 ‘바젤위원회 은행 지배구조 향상 원칙’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와 의사회 의장을 분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자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1일부터 금융사지배구조법 제13조상 ‘이사회는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외 입법례를 볼 때 반드시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분리할 때와 겸직할 때 모두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에는 양자를 분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미국과 프랑스는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회장 혹은 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을 한 명이 담당할 경우 의사결정 과정의 신속성과 경영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로써 사내이사인 성 회장은 2015년 2월 부산은행 은행장, 지난해 3월 지주 회장에 각각 연임됐다. 특히 BNK금융지주 및 부산은행 이사회 의장도 함께 맡고 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시행(2016년 8월 1일)에 들어가기 이전에 취임한 게 이유지만 지주 회장과 은행장, 의사회 의장이란 모든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서 견제를 받지 않는 수장의 전횡이란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유주선 강남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감사위원회·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들도 결국엔 조직도상 이사회 의장의 하부 소속일 수밖에 없다”며 “금융그룹 회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차지하면서 경영진의 영업·마케팅적 판단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야할 리스크관리위원회가 회장을 보좌하는 기구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BNK금융이 잃어버린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주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명히 분리시키는 등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단행하는 결단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CEO 리스크를 안고 있는 BNK 입장에서도 회장과 은행장의 동시 부재 시에는 사외이사 중에 선출된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수 있어 경영 공백을 메울 수 있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5조 제2항은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선임된 사람이 벌금 또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대해 ‘그 직(職)을 잃는다’고 정하고 있다.

BNK금융지주 및 부산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및 각 위원회의 거수기 역할과 관련, “당사는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엄격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수뇌부가 개입할 수 없는 투명한 시스템”이라고 해명했다.

유 교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권고사항인데다 금융사지배구조법 및 관련 시행령이 최근에서야 정비돼 아직 우리나라 금융사의 선진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 같다”면서 “정부와 금융당국, 민간 부문 모두에게 사외이사제도 본연의 기능과 금융사지배구조법 도입 취지를 살리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금감원은 지난 12일 은행권 준법감시인, 준법감시 및 내부감사 담당 부서장 등 80여 명을 불러 모아 올 한해 실시할 은행 건전성·준법성 운영방향과 중점 검사사항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내부통제 강화와 취약 부문에 대한 자체 점검·개선을 당부했다. 금감원은 리스크지배구조, 내부모형 운용 등을 살피고 주요 취약요인이 발견되면 테마검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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