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전제로 국민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증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단기적 경기대응 방안에 불과하고 현 시점에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KDI는 18일 ‘2017년 상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며서 이같이 밝혔다. 원래 상반기 경제전망은 관례대로라면 5월 말에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대선이 5월 9일로 앞당겨지면서 발표도 빨라졌다. 이에 따라 이번 경제전망은 KDI가 차기 정부에 경제정책을 권고하는 형식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KDI는 우선 “재정정책은 향후 경기 추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새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에 따른 재정부담은 신중한 계획 하에 단계적으로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특히 KDI는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즉각 1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공약하는 등 재정 확대를 제시한 것과 관련해 추경은 현 시점에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KDI는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장기 목표를 감안할 때 항구적인 재정 부담을 유발하는 제도의 도입은 안정적인 재원이 수반돼야 하므로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재정건전화특별법(안)을 면밀하게 검토·논의해 입법화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KDI는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전제로 주요 세목에 대한 조정을 포괄하는 정책조합을 마련하는 등 합리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특히 “국민부담 증대가 불가피하다면 여러 세목의 조세 지출 및 세원 확대 등 포괄적인 세제 합리화를 통해 조세부담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증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증세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증세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어떻게 구성할지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은 최근의 물가 상승세가 물가안정 목표에 안착할 때까지 현재의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경제전망과 비슷한 입장이다.
KDI는 금융정책에 대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 가계신용의 빠른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GDP 대비 민간신용이 가계신용을 중심으로 195.2%까지 상승하면서 금융 불안 등 거시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신용이 단기간 내에 실물 및 금융시장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가계신용 총량이 과도하게 크고 증가 속도로 빠르므로 거시건전성 정책의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KDI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은행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부실 가능성이 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강화된 비은행 가계대출 규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향후 추이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부실 가능성이 확대되면 경기대응 완충자본 또는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하면 사전적으로 대출 증가세를 억제할 뿐 아니라 사후적으로 가계대출 부실을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KDI는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평상시에 주주의 손실 흡수력을 비축하도록 해 향후 부실이 발생했을 때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회생·정리가 가능하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성태 연구위원은 향후 경제정책에 대해 “궁극적으로 경기 전반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주력산업과 내수 소비를 담당하는 서비스가 살아나 줘야 경제 전체에 온기가 돈다고 표현할 수 있다”며 “특수업종 호황은 그거 하나로 경기 전체에 온기거 퍼져 나가긴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 전체가 효율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는 공급사이드에서 생산성과 기술력에 좌우된다. 경기회복 온기가 퍼져 나간다는 것은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완충할 것이냐 질문일 텐데 공급사이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