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반한(反韓) 분위기로 ‘중국 리스크’우려가 커지면서 화장품 업계가 동남아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뷰티 제품의 수요가 높은 동남아가 ‘포스트 차이나’로 떠오르려면 K-뷰티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 필요하다.
동남아 시장은 젊은 인구가 많은 만큼 새로운 문화와 제품에 대한 습득력이 빠른 편이다. 아세안에서 35세 미만의 젊은 인구는 전체 60%로, 15~29세는 27%, 5세 이하의 어린이는 10%다. 고령화 추세가 나타나는 선진국과 중국과 달리 65세 이상의 노인 수도 6%에 불과하다. 화장품의 주 소비자층이 20~30대이기 때문에 젊은 소비자가 많은 아세안은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기 시작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산 화장품만의 차별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이미지는 좋은 편이나 한국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대한화장품산업 연구원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임을 각인시키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중요하다”며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트렌디한 이미지만 있을 뿐 뚜렷한 무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만 화장품 시장은 이미 다양한 국가의 브랜드가 입점해 경쟁이 치열하다. 온라인 쇼핑몰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으나 여전히 백화점과 드럭스토어(약국) 등 오프라인 채널이 강세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라인은 백화점으로, 중저가 라인은 드럭스토어 채널에 진입하는 가격대별 유통 차별화가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동남아 국가의 환경 조건과 인구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말레이시아는 대기 오염으로 클렌징 제품과 보습 제품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태국도 고온 다습한 기후로 자외선 차단제와 워터프루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 이 두 국가는 남성 화장품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말레이시아 화장품의 주 사용층은 30대 이하의 젊은 층으로 특히 남성 화장품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만은 40~50대 남성 화장품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40대 이상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같은 무슬림 국가에서는 되도록이면 할랄 인증이 필요하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을 뜻하며 이슬람 계율에 따라 지켜야 할 것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할랄 산업에는 동물 유래 성분이 함유되지 않아야 한다. 이 때문에 원재료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데 특히 달팽이 크림처럼 동물성 재료는 논란이 될 수 있어 원재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임병용 할랄수출협회 산업국장은 “무슬림 화장품 시장은 약 100조 시장 규모로 세계 시장의 약 2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많은 이들이 알려진 것처럼 할랄 인증을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애니멀 프리’ 즉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