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팡팡] ‘혼술남녀’ 조연출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입력 2017-04-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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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팡팡] ‘혼술남녀’ 조연출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작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tvN ‘혼술남녀’의 신입 조연출 故 이 모 씨.
55일의 촬영 기간 이 씨가 쉰 날은 단 이틀, 하루 수면시간은 평균 4.5시간, 그리고 매일같이 시달려야 했던 언어폭력과 인격모독.
그 가혹했던 현실들을 견뎌온 그는 드라마 종영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tvN ‘윤식당’이 17일 페이스북에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게시했습니다.
영상 속 언어를 번역하는 번역사 모집 공고를 낸 것인데요. 글이 올라오고 얼마 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열정 페이’와 ‘노동 착취’ 논란이 일었습니다.
‘윤식당’ 측에서 제시한 번역 대가가 바로 한정판 ‘앞치마’였던 것이죠.

방송국, 드라마, 예능, 그리고 스타들.
화려하고 신비롭게만 보이는 방송가의 이면에는 ‘혼술남녀’의 조연출과 같은, ‘윤식당’ 처럼 열정 페이를 강요당하는, 인권과 권리를 빼앗긴 그늘 속 스태프들이 있습니다.

“막내 작가라 주말도 없이 살인적으로 일했는데 들어오는 돈은 최저임금 근처에도 못 가더라고요. 결방하면 그마저도 못 받는 건 당연하고요. 몇 개월씩 체불되는 일도 허다해요”

드라마·예능 방송 작가의 주당 평균 노동 시간은 53.8시간. 월 평균 수입은 120만 6259원, 시급으로 3880원입니다. 최저시급 6470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죠. (언론노조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2016)

“집에 못 들어가는 날이 허다하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요. 부당함을 이야기하면 ‘이 바닥이 원래 다 그래’라는 대답이 돌아와요”

드라마·예능 방송 조연출의 월 평균 수입은 약 159만 원. 100만 원대가 42.3%, 100만 원 미만의 비율도 17.8%에 달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방송영상 제작스태프의 근로환경에 관한 연구’ 2011)

“매일같이 쏟아지는 욕설과 인격 무시 발언은 이제 익숙해요. 폭력과 성희롱도 허다하니 욕설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죠”

방송 작가의 인권 침해 실태 조사 결과 인격 무시 발언(82.8%), 욕설(58.4%), 폭행(3.2%), 성폭력(41.1%), 사적인 지시(76.9%) 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언론노조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2016)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불안정한 고용 환경, 인격 모독까지.
방송작가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프리랜서(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 노동자로 대우받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낮은 임금으로 퇴직금, 연차 휴가, 4대 보험 등의 당연한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죠.

불합리한 행태를 그저 ‘방송가 관행’으로 치부해온 분위기도 문제입니다.
2015년 제작사와 방송사 간 표준계약서를 모든 계약에 사용한 경우는 14.7%. 이들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구두 계약이 관행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실태조사’ 2016) 또 수당 없는 초과근무도 방송가에서는 오랜 시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죠.

이들의 처우를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방송작가 노조가 내달 출범을 계획하고 있죠. 이달 말에는 방송작가들이 함께 모여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 계획입니다.

청춘을 이야기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으면서 정작 내부의 곪은 상처는 외면하는 방송사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착취된 열정으로 만들어진 프로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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