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이 자사의 사업을 위해 미국 정부에 대(對)러시아 제재를 예외적으로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 강제 병합 이후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엑손모빌이 러시아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의 사업을 재개하고자 미국 정부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엑손모빌은 2015년 7월에도 자사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재를 면제해 달라고 신청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엑손모빌의 요청에 전 최고경영자(CEO)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엑손과 로스네프트는 2012년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CEO가 틸러슨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엑손은 로스네프트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러시아 북극해와 흑해 탐사 허가를 받았다. 또 시베리아에서 신기술을 연구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2014년 미국 정부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2년간 엑손모빌과 관련한 어떤 일에도 개입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다만 틸러슨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깊어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엑손모빌의 제재 면제 요청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일어난 것인지, 그 시점이 확실치 않아 의혹을 더하고 있다.
한편 익명의 미국 공무원에 따르면 민간 기업이 자사의 사업 전망을 이유로 정부에 제재 면제 요청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WSJ은 전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보도가 나가고 나서 기사 링크와 함께 자신의 트위터에 “엑손은 미쳤는가?”라고 쓰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