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기자는 오늘날 중국인들 마음속 ‘코끼리 밥솥’이 된 쿠첸 천안공장을 방문해 연구소와 공정실, 인정시험실을 중심으로 쿠첸의 주력 무기 전기밥솥과 전기레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1992년 충남 천안시 1만5000여 평 부지에 준공된 쿠첸 공장은 전기밥솥 중 최신 모델인 IH압력밥솥과 전기레인지 모델 대부분을 설계·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만 매월 평균 63000대의 밥솥과 4300대의 전기레인지가 출하됐다. 가장 먼저 방문한 연구소는 밥솥과 전기레인지 신제품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쿠첸의 두뇌부’다. 여러 개의 방마다 흰 가운을 걸친 연구원들이 바삐 오가거나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 모습이 보였다. 천안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 240여 명 중 54명은 연구직일 만큼 쿠첸은 밥솥 하나에도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동행한 황재영 지원팀장은 “제품의 디자인과 구체적 사양이 확정되면 기구 개발팀에서 제품의 내장물을 설계하고, 하드웨어 개발팀은 필요한 전자 부품을, 소프트웨어 개발팀이 제품의 동작부와 조리 알고리즘을 각각 나눠 개발한다”면서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알고리즘 개발실에서는 밥을 가장 맛있게 짓는 조건을 찾으려고 월평균 20kg의 쌀 50포대를 소요하면서 실험에 매진한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완성품 500개마다 20개를 샘플링해서 출하 전 검사를 하는데, 이렇게 여러 번 불량 검수를 거쳐도 판매 후 15개월 내 불량 신고가 2% 정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쿠첸의 모든 신제품에 대해 출시 전 품질 테스트를 수행한다는 인정시험실에 들어서면 ‘칙칙폭폭 칙칙폭폭’ 익숙한 밥 짓는 리듬과 함께 나란히 놓여 증기를 내뿜는 수백 대의 전기밥솥들이 시야를 사로잡는다. 왼쪽 첫 번째 방에서는 전기밥솥 20여 대가 선반에 나란히 놓여 연기를 뿜고 있었다. 모델별로 254V의 전압을 2년 동안 계속 돌려서 제품이 전압을 얼마나 견디는지 보는 테스트다. 옆 방에서는 제품이 고온과 저온, 고습과 저습 환경에서 사용될 때 얼마나 견디는지 알아보는 항온항습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외에도 소금물에 담가 철이나 스테인리스 부분이 부식되는지 알아보는 테스트와 배송 진동 테스트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환경 조건에서 제품의 내구성을 점검한다고 한다. 황 팀장은 “품질 테스트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고 귀띔했다.
쿠첸은 국내 전기밥솥 시장의 약 35%를 점유하는 큰손이다. 작년 기준 쿠첸의 매출은 약 2800억 원 규모다. 매출의 77%는 전기밥솥이고 쿠첸이 발 빠르게 초기 시장을 선점한 전기레인지 제품 매출이 나머지 13%를 차지한다. 매년 최신기술이 접목된 업그레이드 모델이 나오지만, 주력 제품군이 모두 한번 구매하면 몇 년간은 사용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매출 확대를 위한 쿠첸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었다.
쿠첸 관계자는 “밥솥은 국내에선 정체기”라면서 “국내에서는 전기레인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해외에서는 중국과 베트남 지역 공략을 가속화해 현재 전체 매출의 6% 정도인 수출 비중을 늘려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작년 초 쿠첸은 중국 최대 가전업체 메이디와 손잡고 합자회사를 설립, 올해부터는 현지 맞춤형 제품으로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