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 4개 사업체로 쪼개진다…전체 직원 80% 이상인 2만 명 전출 대상

입력 2017-04-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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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사업, 건설업 면허 유지 고육지책…구심력 저하 도시바, 직원 사기 유지될까 회의적

▲도시바가 24일(현지시간) 주력 사업 4개를 분사시킨다고 발표했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11일 도쿄 본사에서 실적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도시바가 24일(현지시간) 주력 사업 4개를 분사시킨다고 발표했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11일 도쿄 본사에서 실적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사상 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일본 도시바가 결국 회사 주력 사업 4개를 분사시키기로 결정했다. 도시바 본사에는 관리 부서와 기초시스템 연구소 등만이 남게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회사가 4개로 쪼개지는 셈이다.

2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사회 인프라 △화력발전 등 에너지 △메모리 이외 반도체와 하드디스크 등의 전자장치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등 주요 4개 사업을 오는 7월부터 순차적으로 분사한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각 사업의 경영자율성과 기동력을 높이고자 분사에 나서는 것이지만 사실상 이들 주력사업에 필요한 건설업 면허 유지를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크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회사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실시하는 대규모 분사로 직원의 소속감이 약화돼 경영재건이 더욱 불확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발전 설비와 인프라 관련 기기 등을 설치하고 공급하려면 대규모 공사를 하기 위한 특정 건설업 면허가 요구된다. 도시바는 5년마다 갱신되는 이 면허 만료기한이 올해 12월로 잡혀있다. 또 일본 건설업법에서는 대규모 공사를 하는 기업에 재무 건전성을 요구하고 있어 일정한 자본금과 자기자본 등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의 대규모 손실과 이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 등으로 지난달 마감한 2016 회계연도에 자본잠식 규모가 6200억 엔(약 6조3556억 원)에 이르게 됐다. 이 상태를 유지하면 허가 요건에 저촉돼 그나마 남아있는 알짜배기 사업을 계속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건설업 면허를 이미 보유한 자회사에 사업을 승계시키거나 새 회사를 만들어 면허를 취득하게 하는 등 고육지책을 취하게 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화력발전 등 에너지 부문은 6월 열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얻은 후 10월 1일, 나머지 사업부 3개는 7월 1일자로 분사할 예정이다. 이에 도시바 그룹 전체 직원의 약 80%에 해당하는 2만 명이 자회사로 전출하게 됐다. 본사 관리부문에서도 전출을 검토하고 있어 총 2만4000명이 분사되는 새 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은 이미 지난 1일자로 ‘도시바메모리’로 분사했으며 현재 지분 과반 이상 매각을 추진 중이다. 도시바메모리 직원은 약 9000명이다.

한 도시바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분사한 회사가 많고 사내회사 제도를 일찍부터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분사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도시바는 1999년 사내회사 제도를 도입했으며 승강기와 에어컨 등의 사업은 이미 분사한 상태다. 지난 2015년 분식회계 스캔들로 다시 주력 사업 4개 부문으로 조직을 재구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룹 해체를 연상시키는 대규모 분사여서 구성원들의 일체감과 구심력이 저하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직원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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