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55)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이후 처음으로 대외활동에 나섰다. 그는 24일(현지시간) 시카고대학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29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그동안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했던 오바마가 첫 번째 대외활동을 펼친 것이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오바마는 “나는 정말로 늙은 것 같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2009년 대통령 취임 당시 40대의 젊음을 자랑했던 오바마는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나타나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했다고 영국 BBC방송은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한 언급이나 트럼프가 자신의 유산을 공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삼가는 등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젊은이들에게 정치활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면서 차세대 리더십을 키우는 일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차세대 리더십이 배턴을 받아 그들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언급을 피하면서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난 오바마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젊은이들에 조언을 풀어놓았다.
그는 젊은이들이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지역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시절 시카고 공공주택 거주자들과 만나 공동체를 조직하면서 정치경력을 시작한 것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여전히 경제적 불평등과 기후변화, 폭력의 확산 등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사용과 관련해서는 “가급적 셀프카메라를 찍어 온라인에 올리는 것에 신중했으면 좋겠다”며 “만일 내가 고등학교 때 한 일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렸다면 미국의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농담을 섞어 조언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실패로부터 배우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무엇인가를 하려 한다면 일을 망치고 성공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배워서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조금 진부한 얘기이지만 때때로 이런 진부한 말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