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2.6%로 예상했는데 이보다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유 부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 우리 경제에 불고 있는 봄바람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을 각각 2.6%로 올려 잡은 바 있다.
◇불확실성 해소 국면 = 대내외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조기대선이 치러지고 있고, 프렉시트(프랑스의 EU탈퇴)를 가늠할 프랑스 대선에서 EU 잔류를 주장하는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초부터 불거졌던 4월 위기설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이 제시한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안을 국민연금공단이 수용키로 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법정관리를 면하게 됐다. 미 재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면서 우려했던 환율조작국 지정을 면했다.
수출호조도 지속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반도체와 선박 등이 호조를 보이며 4월 수출이 20일 현재까지 전년보다 28.4% 증가했다. 앞서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이에 따라 대내외 금융시장도 안도랠리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밤 사이 다우지수는 216.13포인트(1.05%) 급등한 2만763.89를 기록했고, 나스닥은 5983.82까지 치솟으며 이틀 만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지수도 25일 오전 9시 5분 현재 전일 대비 1.62포인트(0.07%) 상승한 2175.36를 기록하며 지난달 21일(2178.38, 종가) 이후 한 달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있다. 미국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이 증가세를 보인 점도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게끔 돌아서게 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북핵·새 정부와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 등 풀어야 할 문제 여전 = 그렇다고 우리 경제를 마냥 낙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 선제 타격론이 언급되는 등 과거와 다른 분위기라는 점에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5월 초 대선 직후 출범할 새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폐기 내지 재협상 압력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식 교수는 “북핵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 새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도 중요하다. 통상압력이 여전하고 10월에도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도 주요 과제라는 지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이미 상수가 됐다.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도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인상을 하지 않는다면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전체 평균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인 차이점에 따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