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와 지배구조] 성립요건 깐깐해지기 전에… 중견기업들도 ‘지주사’ 서둘러

입력 2017-04-25 11:02 수정 2017-04-2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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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총액 규모 1000억 이상서 5000억 이상으로…매일유업·오리온 ‘7월 이전’ 전환 전망

올해부터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산 규모 5000억 원 미만인 중견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 롯데그룹 등 대기업에서 촉발된 지주회사 전환 움직임이 최근 중견기업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경영 효율성과 지배구조 투명화,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신규 사업 추진과 주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등 인적분할에 따른 긍정적 측면이 많아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는 판단이다.

매일유업은 자회사 지분 관리 및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지주회사부문과 유가공제품의 개발ㆍ생산 및 판매, 상품 수입판매를 담당하는 유가공 사업부문으로 분리한다. 오리온은 제과사업부문을 오리온으로 재상장하고, 투자사업부문은 오리온홀딩스로 변경 상장해 현물 출자 등을 거쳐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 공정거래법상 최초 지주회사 성립요건은 자산총액 1000억 원 이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예정일인 오는 7월 1일 이후에는 자산총액요건이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계획서상 분할재무제표 기준에 따르면 매일유업과 오리온의 자산총계는 각각 1929억 원, 3290억 원으로 7월 이후에는 지주회사 성립요건에 충족하지 못한다”며 “이들 기업은 7월 이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 전환신고를 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샘표가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신고에 대한 심사결과 통지서를 접수하는 등 중견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발표가 지난해부터 가속화되고 있다. 제일약품, 홈센타, 유비쿼터스, AP시스템도 지주 전환을 공표한 상황이다.

상장사들의 잇따른 지주사 전환 추진은 경영 효율성 개선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분할 후 각각의 회사에 대해 전문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CEO 입장에서도 지분율만큼 분할된 신주가 배정되기 때문에 추가 자금을 들이지 않고 사업회사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인적분할 이후 현물출자 등의 방식으로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는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실제 크라운해태홀딩스는 지난 11일 분할 재상장 후 재개된 거래 첫날 29.87% 상승하며 상한가에 등극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 주간 주가 상승률은 무려 125.92%에 달했다.

최근 경제민주화 법안과 함께 불거진 유력 대선 후보들의 공약도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화시킨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주회사 요건 및 규제를 강화하고, 부채비율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주사가 보유할 자회사 지분을 현행 20%에서 30%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사업연관도 손자회사만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회사 최소 지분율 등 행위 요건 등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계류 중”이라며 “이번 대선 주요 후보들의 지주회사 관련 공약과 맞물리면서 실행 여부에 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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