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 등돌리는 명문 MBA 졸업생들...그들이 핀테크로 몰리는 까닭은

입력 2017-04-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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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 경영대학원(MBA) 출신인 네하 고엘 씨는 얼마 전 시카고에 있는 무명의 핀테크 회사에 취업했다. 한때는 월가의 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갑자기 의외의 선택을 했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타베트 힌리쿠스 트랜스퍼와이즈 창업자. 사진=트위터
▲타베트 힌리쿠스 트랜스퍼와이즈 창업자. 사진=트위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MBA 출신 중 고엘 씨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례가 결코 드물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돈도 명예도 아니고, 단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자율성을 추구해 핀테크 쪽으로 진로를 정한다는 것이다.

고엘 씨의 경우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 진학했다. 그는 MBA 과정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Pre-MBA 과정으로 유명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MBA 진학생이라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MBA 과정을 마치고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월가의 은행이나 금융 컨설팅 업체가 아닌 '브레인트리(Braintree)'라는 핀테크 스타트업에 취업을 한 것이다. 이곳은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 전자상거래 업체를 이용하는 고객의 결제 업무를 돕는 기업으로 월가 은행보다 안정적이진 않지만 자율성 등 장점이 많다는게 매력이었다. 고엘은 "드라마틱하고 결과가 빠르게 도출되는 등 신속하게 움직이는 혁신 때문에 핀테크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핀테크 기업 창업자들을 보면 MBA 출신이 적지 않다. 온라인 P2P(개인 간) 대출업체의 시초인 영국의 조파닷컴(Zopa.com)의 창업자 자일스 앤드류스와 영국 해외송금업체 트랜스퍼와즈의 타베트 힌리쿠스는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MBA 출신이다. 스타트업의 종잣돈에 초점을 맞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업체 시더스(Seedrs)는 옥스포드 사이드 경영대학원의 MBA 과정을 밟던 제프 린과 카를로스 실바가 함께 만들었다.

이들이 안정성이 보장된 월가를 마다하고 핀테크 창업에 나선 결정적 이유는 자율성이다. 의사결정권이 없는 대형은행의 말단 직원보다 리스크는 크지만 MBA 과정 중 생각했던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금융업계의 흐름을 읽을 수도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이 MBA 출신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월가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현금 보너스 대신 회사 주식을 지급하는 데, 훗날 이 주식의 가치가 더 오르면 현금 보너스보다 유익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창업에 뛰어든 MBA 출신 인재들은 다시 모교로 눈을 돌린다. 자신과 함께 회사를 키울 인재를 찾기 위해서다. 핀테크 창업자들의 성공 후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면서 MBA 졸업생들은 소위 잘 나가는 월가의 은행과 컨설팅 회사를 마다하고 신생 핀테크 벤처회사에 뛰어든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스페인 IE 경영대학원의 국제 MBA 재학생 중 5분의 1 가까이가 금융업에 취업했다. 그중 핀테크 스타트업에 취업한 비율은 5%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핀테크 회사에 취업한 MBA 수강생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증가 속도가 아닐 수 없다.

뉴욕대와 IE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딴 닐스 터프보에 씨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기존 은행 시스템을 흔들어놓는 상황을 보면서 핀테크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한다. 그는 MBA를 마치기 전 보험사 ING에 근무했으나 현재는 온라인대출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핀테크 업체가 여러모로 월가에 위협이 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5년 보고서에서 핀테크 시대로 전환되면서 금융서비스 매출의 4조7000억 달러(약 5295조원)가 위험에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IE 경영대학원의 인재경력부문 책임자인 이리나 질버그레예트는 "빠르게 성장하는 젊은 벤처회사들이 은행의 핵심 인재였던 MBA 출신 학생들을 대거 흡수하면서 월가의 인재확보에도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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