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관가에 19대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얘기다. 정권교체 시기가 되면 공직사회가 술렁이기 마련이다. 5년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다. 이번에는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그보다 9개월이 앞당겨졌으니 술렁이는 강도가 더 심해 보인다.
이달 초에는 차기정부의 조직개편 얘기가 관가를 뒤흔들더니, 최근에는 차기 정부의 장관 하마평이 돌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열흘 넘게 남았고, 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세종관가의 눈과 귀는 유력대선 후보 캠프에 쏠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직사회 특성상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공무원 사회의 최대 관심사인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이 짜는 개각이 그렇지 않나 싶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동안 같이 고생하고 뛰어준 캠프 인물들을 요직에 앉히는 엽관제(獵官制·spoils system) 인사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권 후보 캠프에 인사가 영입될 때마다 공직사회의 시선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다.
대선이 막판으로 달려갈수록 지지율이 높은 후보 캠프의 인사 영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요즘에 세종관가를 덮은 하마평 역시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이러한 추론에서 비롯된 얘기지만, 해당 조직에 소속된 공무원은 그냥 넘길 일은 아닌가 보다.
실제 A부처는 유력 대선 캠프에서 대통령을 배출하면 핵심 공약을 만든 B씨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다른 여러 부처에서도 어느 캠프에 누가 장관으로 오는 게 아니냐는 농담 섞인 반응이 종종 흘러나온다.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임박하면 할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다. 더욱이 이번 대통령 선거의 당선인은 대선 이튿날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한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일부 대선 캠프에서는 대선 전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예비내각)을 구성하고 대통령 취임 직후 발표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후 시나리오도 나온다. 직전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 현 내각이 총사퇴하지만,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만이 남아 국무총리 대행을 맡을 가능성이다. 이는 현행 헌법상 각료 제청권이 국무총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세종관가를 휘감고 있는 얘기들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세종관가가 크게 들썩 거리는 이유는 기대감보다는 우려의 반작용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우려는 작금의 현실처럼 부작용을 수반하는 습성을 지닌다. 부디 차기 정부를 이끌 새로운 대통령만은 우리 헌정사에 더 이상 불행한 역사를 기록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