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찰거(察擧)

입력 2017-04-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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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제도 전에는 ‘찰거(察擧)’라는 방식으로 인재를 뽑았다. ‘察’은 ‘살필 찰’이라고 훈독하므로 ‘찰거’는 사람을 잘 살핀 후에 고른다는 뜻이다. 오늘날로 치자면 면접시험이다. 과거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중국에서는 지역별로 어른을 지정하여 유망한 인물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게 하고, 그 결과를 9등급으로 품평하여 기록해 나갔다. 인재가 필요할 때면 이 기록을 바탕으로 추천하고, 추천된 인물 중에서 찰거하였다. 이에, 한나라 때나 위진남북조 시대에는 인물을 품평하는 풍조가 크게 성했다. 당시의 품평 기록을 모은 책으로, 지금까지 전해 오는 것으로 위진남북조 양(梁)나라 사람 유의경(劉義慶)이 편찬한 ‘세설신어(世說新語)’가 있다.

‘찰거’는 관상학의 발달을 가져왔다. 사람을 살피다 보니 외모와 내면의 상관관계가 점차 통계로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런 통계를 정리한 것이 바로 관상학이다. 따라서 관상학은 전혀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다만 당시의 가치관과 오늘날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조선시대에는 광대가 천한 직업 중의 하나였지만 지금이야 가수, 탤런트, 배우 등이 ‘스타’로서 인기몰이를 하며 돈과 명예도 가질 수 있는 선망의 직업이 되었다. 관상학에서 천하게 여기는 ‘광대 상’이 오히려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스타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천한 관상이라고 하더니 잘만 살더라”는 말은 바로 이런 가치관의 차이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체상불여면상 면상불여안상 안상불여심상(體相不如面相 面相不如眼相 眼相不如心相)”이라는 말이 있다. “몸이 아무리 잘생겼어도 눈빛이 좋은 것만 못하고, 눈빛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이 바른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좋은 관상도 결국은 마음에 달려 있다. 심상을 착하게 가꿀 일이다. 언제라도 찰거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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