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년 만의 세제개혁 시동…출발도 하기 전에 외면 받는 이유는?

입력 2017-04-27 08:40 수정 2017-04-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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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개인소득세율 각각 최고 15%·35%로 낮춰…의회 통과 여부 불확실

▲게리 콘(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제개혁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게리 콘(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제개혁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0년 만의 세제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대규모 감세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 파티가 아니냐는 비판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감세로 빚어질 천문학적인 재정수지 적자를 줄일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공동으로 세제개혁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게리 콘 위원장은 “분명히 우리는 중요한 일을 할 특별한 기회를 맞이했다”며 “대대적으로 세금을 감면하면서 동시에 세금 제도를 대폭 단순화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라고 설명했다. 므누신 장관은 “우리는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인하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 감세”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권은 지난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법인세율을 46%에서 34%로 인하한 이후 30여 년 만에 대형 감세를 목표로 한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의 법인세율은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대대적인 감세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기업 수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전세계 과세체계’에서 해외이익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속지주의적 성격의 ‘원천지국 과세원칙’으로 전환한다. 애플 등 기업들이 해외에서 쌓은 막대한 현금에 대해서는 한 번만 과세한다.

개인세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5%로 낮추며 현재 7단계인 과세구간은 10%와 25%, 35% 등 3단계로 단순화한다. 기본공제는 2배로 확대해 중간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감세폭을 넓히는 대신 항목별 공제는 대부분 폐지해 세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주로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상속세도 폐지한다. 주식 등의 양도 차익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율은 현행 23.8%에서 20%로 낮춘다. 현재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와 관련해 내는 3.8%의 세금도 폐지 대상이다. 아울러 부유층이 각종 공제를 활용해 세금을 덜 내는 것을 막고자 도입된 ‘대체최소세(Alternative Minimum Tax·AMT)’도 폐지하기로 했다.

수출품에는 세금을 면제하고 수입품에는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던 국경조정세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도입을 보류한다고 므누신 장관은 밝혔다.

트럼프가 미국 경제성장률을 3%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세제개혁안이 베일을 벗었지만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상승세를 나타냈던 뉴욕증시는 세제개혁안 발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세제개혁안 세부계획이 너무 공개되지 않아 불만이 커진 것이다. 니콜라스 콜라스 콘버젝스 수석 시장 투자전략가는 “백악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용한 가이드를 제공했지만 더 자세한 내용이 많이 나오지 않아 증시 하락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며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한 이슈인 해외소득 송금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모습이 기자회견에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사실상 자신을 위한 감세정책을 펼친 것 아니냐며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올해 공개한 지난 2005년 소득과 납세 내역에 새 감세안을 적용해보면 트럼프는 AMT 폐지로 3130만 달러(약 354억 원)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세제 개편 방안을 백악관이 아닌 의회가 입안하고 결정하는 구조여서 의회와의 협의가 필수적인데 야당인 민주당은 이미 부자만을 위한 감세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톰 페레즈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세제 청사진 하에서 개인적으로 얼마나 많은 재정적 이익을 얻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 세제개혁안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고소득층에게만 이익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로펌 파트너가 자신의 밑에 있는 변호사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미국 슈퍼리치들은 또다른 거대한 세금 감면이 필요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인 공화당이 제일 불안해하는 재정적자 확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 므누신 장관은 “경제성장과 공제 축소, 세제 허점 보완 등을 통해 적자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세에 앞으로 10년간 2조4000억 달러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초에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가 논란이 컸던 국경조정세를 추진한 이유도 이런 재정적자를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의도에서였다.

백악관은 다음 달 의회와의 조율을 거쳐 6월 이후 종합 세제개혁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타워브리지어드바이저스의 매리스 오그 사장은 “법인세율 인하는 이뤄질 것이나 개인세법 개편안은 의회에 도착하자마자 반려될 것”이라며 “감세 비용을 계산한다면 의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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