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입차의 자존심 아닌 자만심

입력 2017-04-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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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비 산업1부 기자

2월, 친한 후배가 재규어 차량을 구매하고 싶어 신청한 시승 행사에 당첨됐다고 해 동행한 적이 있었다. 평소에 타 보고 싶었던 차량인 데다, 시승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구입할 예정이어서 후배는 무척 들떠 있었다.

하지만 시승 행사는 당첨 통보일부터 행사 당일까지 ‘삐걱’대는 모습이었다. 후배가 재규어코리아로부터 당첨 통보를 받은 것은 시승 행사 1주일 전. 후배는 본사 담당자가 통화로 “곧 행사 담당자가 연락을 줄 것”이라고 해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했다. 행사 당일까지 연락이 없자 직접 KCC오토모빌 일산점에 전화를 해 보고 나서야 예약이 됐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은 행사장에서였다. 행사 당일 아침에 확인했던 것과는 달리 예약자 명단에 후배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었다. 재규어코리아 본사가 주관하고 딜러사인 KCC오토모빌이 시행하는 행사였지만, 양측 간에는 소통이 전혀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초대하지 않은 사람이 온 것처럼 응대하는 직원들의 눈빛도 낯설었다. 예약 누락에 대해 항의하자 조소(嘲笑)와 함께 “예약자 명단에 없지만, 저희가 시승하도록 도와 드리겠다”고 선심 쓰듯 이야기하는 직원도 있었고, “아침에 통화했던 여직원을 색출해 문책하겠다”는 황당한 반응을 보인 직원도 있었다. 결국 딜러사의 뻣뻣한 반응에 얼굴이 붉어져 시승을 하지 않은 채 행사장을 뛰쳐나왔다. 직원은 나중에 전화로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소식은 없었다.

시승 행사는 소비자들이 자동차 회사의 ‘자존심’을 직접 경험해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회이다. 하지만 재규어코리아가 관장한 행사에서의 허술함과 뻣뻣함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자존심’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아울러 시승 행사를 ‘고가의 차량을 타게 해 준다’는 선심성 행사로 착각한다면, 소비자는 그 ‘자존심’을 ‘자만심’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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