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게임 하나가 닌텐도를 살렸다.
그동안 게임콘솔 시장에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에 밀려 죽을 쒔던 닌텐도는 지난달 초 새 게임콘솔인 ‘스위치(Switch)’를 출시했다. 닌텐도는 평소 TV와 연결해 게임을 즐기다가 휴대용 게임기로도 즐길 수 있는 스위치의 독특한 하드웨어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닌텐도 스위치의 폭발적인 인기를 주도한 것은 이 게임기 자체보다는 전용 게임인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었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닌텐도는 스위치가 출시 첫 한 달간 274만 대 팔렸다고 27일 밝혔다. 닌텐도가 예상했던 200만 대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스위치는 닌텐도 최고의 히트작인 게임콘솔 위(Wii)를 웃도는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닌텐도는 올해 스위치 판매가 1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2년 출시된 위의 후속작 ‘위 U(Wii U)’의 누적 판매량이 1360만 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에이스리서치의 야스다 히데키 애널리스트는 “닌텐도의 1000만 대 예측은 너무 조심스러운 것”이라며 “판매량이 1500만 대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스위치용 게임 ‘젤다의 전설’이 스위치보다 많은 276만 장 판매됐다는 사실이다. 일부 팬은 스페셜 에디션 등을 구하고자 같은 게임 타이틀을 여러 장 구매해 젤다 판매량이 스위치를 웃돌았다고 FT는 전했다. 닌텐도의 경쟁력이 하드웨어가 아니라 포켓몬과 슈퍼마리오, 젤다 등 탄탄한 게임 포트폴리오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도쿄 소재 게임 컨설턴트인 도토 세르칸은 “게임콘솔 주기에서 일반적으로 ‘시스템 셀러(System Seller·게임콘솔의 판매를 좌우하는 대작 게임)’는 최소 1년이 지나야 나타난다”며 “스위치의 경우는 소비자들이 사실상 젤다를 게임하고자 게임기를 구매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미시마 다츠미 닌텐도 사장은 “젤다가 이렇게 잘 나가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그러나 이는 좋은 게임 타이틀은 해당 플랫폼 기기 판매를 촉진할 것이라는 우리의 말이 옳다는 것을 다시 증명했다”고 역설했다.
닌텐도는 이날 지난 3월 마감한 2016 회계연도 매출이 4890억 엔(약 4조9811억 원)으로, 전년보다 3% 감소하고 스위치 마케팅 비용 영향으로 영업이익도 11% 줄어든 294억 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닌텐도는 이번 회계연도에 영업이익이 650억 엔, 매출은 7500억 엔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가 달성되면 닌텐도는 7년 만에 가장 큰 이익을 내게 된다.